어느 노부부가 당한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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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부부가 당한 아픔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11.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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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숙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날이 추워지면 학교 담장과 가까운 우리동네 모습이 따뜻해진다. 낙엽을 쓸어 자루에 담아내는 부지런한 아저씨 손길에 고마움 전하는 말들에도, 겨울나기 김장 인심으로 출입문의 빈번한 여닫음 또한 가슴을 덥히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차 있으니 사람 사는 풍경 또한 다채롭다.

아파트 후문에 노부부가 하는 호떡집이 문을 열었다. 그 뜨겁던 여름 며칠 빼곤 늘 그 자리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맛과 멋을 낼 줄 아는 분들이셨다. 학교가 마주하고 있으니 연일 학생과 꼬마 손님으로 북적이는데다가 입소문이 자자했던지 여기저기서 그 맛을 보려는 어른 손님들까지 작은 포장마차는 늘 문전성시여서 이 동네 사는 것이 심지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행여나 손 놀리고 쉬고 계시는 노부부를 보면 괜히 들어가 어묵 국물이라도 얻어먹고 싶을 정도로 후한 인심에 마음자리가 퍽 편안한 곳이 된 까닭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차가운 바람에 그 집이 그리워지던 차였다. 불상사는 그렇게 벌어졌다. 노부부 호떡집을 두고 교차로와 횡단보도가 있으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그곳에 여분의 후한 공간이 있을 리 만무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으로 뵈는 어느 아저씨의 중형차가 그 집 앞을 무단 점거하느라 가뜩이나 좁은 차도와 인도 사이로 사람보다 훨씬 덩치 큰 차를 걸쳐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미 몇 차례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차의 크기도 크기려니와 학교 시간과 맞물려 금세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 저기 경적기가 울려대고 막무가내로 차도로 뛰어 드는 학생들과 체증을 못이긴 운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일은 수순대로 진행됐다.

욕지거리, 치받음, 그리고 멱살잡이. 그 살벌함을 고스란히 보고 그것을 치욕으로 당해내야 하는 것은 차주인도 아니고 그 차에 욕을 퍼부은 다른 이도 아닌 맘 좋은 노부부였다. 아무리 정갈함과 깔끔한 입맛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아도 이렇게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상사를 만들어 내는 장본인이 당신들로 간주 된다면 그들이 만들어 내는 따끈한 국물과 호떡은 더 이상 쌀쌀한 계절의 별미가 아님을 당신들은 잘 알기 때문이다.

금세 희비가 엇갈리는 세상이 됐다. 몸을 부지런히 놀려 마음의 따사로움을 나누던 사랑의 노동이 애초의 생각과 멀어져 나쁜 결과를 냈으니 말이다. 더불어 삶에 대한 기본도 없는 몰지각한 어른의 작태가 만들어내는 저물녘 쓰디쓴 모습이다. 허나 내일도 여전히 그 집 앞을 지날 때 구수한 국물 내가 바람의 매서움을 좀은 막아줄게 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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