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마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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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마녀가 되자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11.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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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희 정경부장
‘벌교에서는 주먹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는 인물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만큼 그 지역의 특색을 잘 드러내는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것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논의를 보면서 새로운 말이 떠오른다.

‘청주에서는 통합반대 떠들지 말고, 청원군에서는 통합하자는 말 꺼내지도 말라’라고. 청주.청원 통합이라는 사안에서는 회색지대도 없다. 우유부단하고 판단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은 둘 중 한 편이라는 편견을 감수해야 한다.

청주시가 양 지역의 통합을 위해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청원군은 청주시의 이런 태도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단독시로 승격해 ‘시민’의 자격을 독자적으로 획득하려고 한다. 요즘 같아서는 남북관계 보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관계가 더 썰렁해보일 정도다.

청주시민들 사이에서 통합반대를 말하는 이는 드물다. 여론조사 결과도 압도적으로 통합찬성쪽이다. 그러나 통합 여수시를 다녀온 청주시 공무원들 가운데 일부는 걱정이 앞선다. 통합이 된다고 해도 청원군 지역, 예를 들어 면사무소에 근무해야 하고 승진에서도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게 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서서 반대를 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큰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청원군에서 통합찬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아야 하지 않을까. 여론조사 결과도 10명중 7명은 찬성한다는데 말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통합관련 얘기조차 꺼내기 어렵다. 어떤 이는 방송토론회에 나와서 “우리가 안한다고 하는데, 왜 귀찮게 하느냐”는 식으로 말할 정도다. 그렇게 공식적인(?) 의견이 결정된 것 같다. 다른 말을 하는 공무원이나 지역의 리더들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두 번의 통합실패뒤 얻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비슷한 현상일 수 있다. 더욱이 청원군민들에게는 아픔이 크다. 전 군수가 통합에 반대하다가 갑자기 찬성으로 바뀌었지만, 이장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토착 리더들의 생각은 달랐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각종 루머, 편견, 공격적 태도에 신물이 났을 법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양쪽 지역민들이 무릎팍을 맞대고 살가운 얘기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통합에 대해 터놓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통합후 효과에 대한 자료나 독자시 승격이후의 청사진을 내놓고 주민들의 사고를 제약해서는 안된다.

나는 그동안 두 번에 걸쳐 통합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여기서 양측 주민들의 정서적 통합과 함께 기득권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버리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청원군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무엇하나 쉬운 것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동감한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15세기부터 17세기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 마녀사냥으로 수천명이 억울하게 죽었다. 기득권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마녀사냥은 하나의 정치적 신조를 절대화하여 이단자를 유죄로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제 청주시와 청원군에서는 스스로 ‘마녀’를 자처하는 주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민주적인 토론과 협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통한 의견일치를 위해서 ‘사냥’정도는 감수해야하지 않을까.  나의 이런 태도가 ‘도대체 너는 통합을 하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 정체를 밝혀’라는 추궁을 부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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