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윤 연극인

요즈음 지역 공연예술계가 무척 바쁘다. 연습장에서는 공연 연습이 한창이며 공연장에서는 여러 형태의 공연이 올려지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행사가 편중되어 있는 가을에는 더욱 분주하기 마련이다. 예술을 사랑하고 관심 있는 시민들에겐 반가운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내용과 질적인 측면을 놓고 본다면 그리 좋아해야 할 만한 일도 아닌 듯하다. 모든 공연이 그렇지 않지만 풍성하고 탐스러운 과일이 맛있어 보여 그것을 먹어 보았더니 정작 알맹이는 맛이 없고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라고 할까?!

이것은 재정적으로 열악한 공연 단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예술을 상업적 또는 행사용으로만 운용하려는 일부 기관, 단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나 기관의 공연문화 정책의 보조금 지원방식이 비합리적인 것도 문제다.

공연단체에게 주어지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문화예술보조금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자. 현재의 보조금 지원방식은 ‘소액다건’ 지원이기에 공연단체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은 비현실적이다. 공연 총제작비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연의 내용과 질적인 부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원금 집행기관의 결정시기는 2월말이어서 이미 수혜자 결정이 끝난 상태다. 결국 공연단체는 그해 안에 공연을 올려야 하기에 가을에 공연이 몰리기 일쑤다.

이런 이유로 공연단체들은 질 좋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사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문제들에 봉착하고 만다. 결국 공연은 일부 지원금을 받아 연례적으로 행하는 행사위주로 전락하고 재정이 부족한 공연단체는 지원금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역 공연예술이 예술로서의 역할 즉, 일반시민들에게 생활로 소통되기 위해서 먼저 우선시 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먼저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공연을 할 수 있는 자립형 공연단체가 되어야 한다.

공연단체는 질 좋은 공연을 제작하려는 의지가 확고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후원 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 또는 기업과 연계하여 재정을 확보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공연단체는 관객들에게 질 좋은 공연활동을 선사하기 위한 영업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메세나운동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정부나 자치단체는 단체지원금 수혜대상 작품선정에 있어서 서류심사에 의존하여 공연단체의 지명도와 참여자의 경륜을 중심으로만 선정하지 말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진 예술가나 단체에게 수혜 기회를 넓혀주고, 사전심사와 사후 심사를 보강하여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소액다건 지원방식에서 선택과 집중의 방식으로 전환하여 관객이 질 좋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얼마 전 충청북도에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문화헌장을 제정하고 공포하여 ‘문화선진도’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도는 도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하여 앞서가는 충북문화상 정립, 창조문화의 동력확보, 신명나는 문예활동 진작, 품격 있는 문화가치 창조, 나눔과 소통의 문화조성 이라는 5개의 전략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타 자치단체와 차별화 된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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