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기자

故 김상헌 군이 세상을 떠났다. 14살 중학교 2학년 어린나이에 세상을 등진 이유는 학교폭력이었다. 같은 반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동행했다가 같은 반 급우로부터 급소를 맞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상헌 군은 학교에서 학교지킴이로 활동하면서 힘없는 아이들을 지켜 줄정도로 의협심이 강했다고 한다. 또래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가수를 꿈꾸었던 평범한 아이. 그는 6일 사고 이후 뇌사상태로 있다가 14일 12시간에 걸친 장기적출수술을 받고 9명에게 간, 콩팥, 각막 등을 선사했다. 그렇게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넜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책은 무엇인가. 사회적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게 더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우연히 학원을 가다 싸움을 지켜봤던 9여명의 아이들이 있다. 학교에서는 일단 이 아이들을 격리하고 따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학부모들이 쫓아와 왜 우리아이들을 분리하고 수업하느냐며 따져 물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의 이기주의는 이처럼 ‘자기자식’만을 생각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또 학교에서는 이번일로 개교 이후 첫 번째 학교 폭력 대책위원회가 열렸다. 지역민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사후’에 열리며 폭력 수위를 놓고 ‘징계여부’만을 논하기 때문에 사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이다.

또 학교마다 CCTV를 설치해놓고, 교사들은 수시로 방과 후 순번을 선다고 하지만 학교폭력을 막을 뽀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학교 밖에서 이뤄진 일에 대해서는 일단 교육당국은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이고, 그렇다고 학교 밖에서 학생들을 관리 감독할 주체들도 명확하지 않다. 한마디로 수업이 파한 후는 무방비상태다.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오히려 저녁시간대는 자율방범대 활동이 있지만 방과 후 시간은 모두 생업이 걸려있기 때문에 관리감독을 나서기가 어렵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상헌 군의 아버지는 평소 학교폭력 없애기 운동에 힘써왔다고 한다. 학교운영위원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역민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건강한 커뮤니티를 갖고자 노력했다고. 이미 한차례 동네에서 네트워크 회원들과 캠페인을 벌였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내 아이의 문제는 중요하지만, 우리들의 문제를 고민하는 게 아직 익숙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마을단위 소규모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사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로만 좋은 네트워크가 아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네트워크 회원은 “우리가 소위 방범을 선다면 왜 나서냐며 따져 물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매를 들면 학부모가 쫓아오니 방치하기 일쑤이고, 도대체 내 자식 문제만 아니면 모든 게 다 중요하지 않는 겁니까”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故 김상헌 군의 빈소에서 만난 학교 관계자, 교육청 관계자, 학부모 모두 대책은 없었다. 대책을 묻지 말라고 했다. 한 교사는 “이러한 교육현실에서 대책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자조 섞인 발언을 했다. 다만 그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를 위로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그냥 아이들이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만 자라면 행복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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