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선 충주대 교수

현대사회를 디지털 정보사회라고 규정한다. 자동차가 발이 되고 휴대폰과 인터넷이 일상이 되었다. 소위 3C라고 하는 매체의 발달은 기존 정보유통과 질서를 순식간에 해체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새로운 속도의 질서를 재생산했다. 디지털 모티브들이 일반화 되면서 아날로그의 삶은 ‘기억의 저편’과 같은 세상이 되었다.

직장에서 하던 일거리를 웹에 올려놓고 집에 와서 마저 끝내거나 주말에 집에서 새로운 일을 대한 구상하기도 한다. 움직이면서 티브이를 보고 움직이면서도 계속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의 발달로 일이 쉬워진 반면 일이 많아지고 복잡해지고 아울러 사람들은 무척 바빠졌다. 문제는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매 순간 순간 판단해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일의 경중에 대한 감각도 둔화되고, 또 쉽게 답을 내려 결정한 사실들이 기대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사회적 존재조건이 변화하면서 디지털 유목민 혹은 디지털 노마디즘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 되었다. 이제는 디지털 루덴스나 디지털 호모루덴스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로 놀이하는 인간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되면서 삶까지도 놀이하는 것, 그 무엇으로 바뀌었다. <패밀리가 떴다>나 <1박2일>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놀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결혼 했어요>와 같은 프로그램은 실제 결혼해서 살고 있는 현실마저도 이것이 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도록 해준다. 어떻게 보면 삶의 무거움이 훨씬 덜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상현실은 실제가 아니면서 실제처럼 전개된다. 컴퓨터모니터에서 보여지는 색상이 더 선명하고 아름다운 것처럼 가상현실의 세계가 더 진실한 것이 되었다. 이제 뉴스를 읽는 것도, 쇼핑을 하는 일도, 지식을 얻는 일도 대부분이 이제는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진다. 모르는 단어를 찾을 때도 종이사전이 때로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을 어쩌랴.

가상공간이 더욱 중요한 실제가 되어버린 오늘의 현실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인식의 층위를 보여주고 있다.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무책임한 언어의, 무책임한 생각의 배설은 너무도 충격적인 소문과 충격적인 사건을 초래한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도하여 왔다. 연예인들에 대한 각종 루머나 사건에 연루된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관한 신상정보 등은 세인의 관심이 쏠렸다 하면 도를 넘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들춰지거나 부풀려지면서 단박에 톱기사로 올라오게 된다.

한 인간의 존엄성은 무참히 난타되면서 살해되어지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사회가 가져다 주는 새로운 윤리의 새로운 정립과 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다른 사람을 난타하는 데에서 오는 사디즘적 쾌감은 청소년들의 생활공간 속에서도 아주 차갑고 냉혹한 사건으로 드러나기도 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면에서 우주적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우리 인간사회에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새로운 괴물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디지털 유목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순하고 착한 모습을 잃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디지털 호모루덴스들도 현실은 게임이 아닌데 게임처럼 굴려가서는 안 된다. 다수의 목소리가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주장이 무조건적으로 선한 것만도 아니다. 디지털 정보사회가 생명 중심적인 사유체계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좀 더 인간 존중의 휴머니즘정신으로 재조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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