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대표이사

최근 헌법재판소가 사회적 파장이 큰 두가지 판결을 내놓았다. 지난 13일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에서 세대별 합산과세는 위헌으로, 거주목적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전 정권의 무분별한 ‘세금 폭탄’을 제거했다고 주장했고 민주당·민주노동당은 ‘강부자’를 위한 무책임한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헌재는 ‘법적 형평성’ 과 ‘조세 정의’에 무게를 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종부세 납부 대상이 아니거나 종부세를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재판관 2명은 합헌 의견을 냈다.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나머지 7명은 종부세를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내는 재판관들이다. 7:2의 재판관 의견이 공개되면서 종부세 대상 여하에 따라 위헌과 합헌으로 갈린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종부세를 현행대로 적용할 경우 전체 납세자의 2%가 해당되는데,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전체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2%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불행이다. 물론 헌재가 개인적 이해관계로 판결했다고 생각치는 않지만 인터넷상에 나타난 국민여론은 그다지 곱지않다.

다른 한가지 판결은 지난 10월말 시각장애인에 대한 독점적인 안마사 자격취득을 명시한 의료법 61조 1항에 대한 합헌 결정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법적 안정성과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현실적 상황론이 10여년전부터 법률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헌재는 합헌 결정문을 통해 “복지 정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안마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는 점 등에 비춰 소수자인 시각장애인들의 실질적 평등 구현을 위해 우대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각장애인의 생존권과 이로 인해 잃게 되는 일반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비교할 때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직업선택의 형평성’과 ‘취업 정의’에 일정하게 반하는 판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판결이전의 논란에 비해 판결 이후의 여론반응은 호의적이다.

이제 눈을 대법원으로 돌려 지난 13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관련 소송에 대한 판결을 살펴본다. 대법원 특별3부는 친일 후손으로부터 땅을 산 박아무개(56)씨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친일재산조사위)를 상대로 낸 국가귀속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특별법이 시행된 2005년 12월29일 뒤라도 제3자가 국가 귀속 대상 친일재산인 줄 모르고 샀다면 이를 환수할 수 없다는 취지다.

물론 ‘선의의 제3자’에 대한 법적보호는 타당하다. 하지만 친일재산조사위를 피고로 한 소송 중에는 땅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친일후손이 부동산 전문가에게 환수 대상 토지를 매각한 경우도 있다. ‘선의의 제3자’인지 아닌지 가리는 일이 친일재산조사위의 큰 일꺼리가 된 셈이다. 더구나 수사기관을 거쳐 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는 과정까지 지난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친일재산은 역사적 장물이다. 취득 자체가 원인무효이며 일제강점기에 소유했던 재산 대부분은 이미 처분되어 현재 국가에 귀속시킬 재산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마저도 교묘하게 피해갈 법적 구멍이 생긴 셈이다. 선대의 친일재산으로 우리 사회 상층의 안락함을 누려온 후손들이 ‘제3자 매각’을 통해 마지막 탈출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헌재와 대법원의 이번 판결 취지가 그릇된 것이라 시비걸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독점적 안마사 자격제도에 대한 합헌결정의 의미와 미묘한 이율배반이 느껴진다. 헌재는 ‘소수자인 시각장애인들의 실질적 평등 구현을 위해 우대 조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종부세는 꿈도 꿀수없는 다수의 서민들과 해방이후 소외받아온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위한 우대조처는 무리한 것인가? 역사앞에, 약자앞에 이 정도의 차별적 조처가 국민적 합의를 얻을 수 없는 것인지, 국민투표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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