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판매·전시 동시에 이뤄지는 공예클러스터 조성
2009공예비엔날레, 공예적 가치 재발견 및 행복담론

청주는 공예도시인가. 이러한 질문에 아직까지 명쾌한 답은 없다. 다만 청주는 국제공예비엔날레를 99년부터 개최해 온 10년 남짓의 공예 역사를 가진 도시라는 것과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의 고장이라는 것 등을 통해 정체성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진천 공예마을, 단양 방곡 도예촌 등 공예인들이 모여 촌(村)을 이루며 작업과 삶을 병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자체는 지금 공예도시를 꿈꾸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공예를 매개로 한 도시 마케팅, 공업산업화를 통한 새로운 동력 창출, 관광자원 개발 등 공예를 두고 수많은 매력적인 문구들이 넘쳐난다.

▲ 한국공예관은 99년 비엔날레를 첫 개최하면서 문을 열게 됐지만 공예전반을 아우르는 센터가 되기에는 운영예산 및 인적구성이 미미하다. 기획전, 젊은 작가지원, 문화상품개발, 공예매니저제도 등 다양한 사업 때문에 정작 중요한 공예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층 문화상품 전시장 모습.
안승현 한국공예관 큐레이터는 “공예 자체로만 성공할 수는 없다고 본다. 공예와 다양한 사회문제와의 만남을 통해 공예적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지름길이다”고 설명한다. 공예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행복이고, 또 공예는 시대에서 쓰여지는 물성을 갖고 있는 모든 것이라는 것. 그는 “인류가 도기 대신에 플라스틱 용기를 쓰면서 편리해졌지만 엄청난 환경문제를 떠안게 됐다. 공예의 부활은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이자 산업화에 찌든 사람들에게 치유로서의 접근을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장르구분 없앤 공예비엔날레
학계와 공예인들 사이에서도 공예와 공예작품의 구분, 예술과 생활품의 경계는 늘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신선한 제안을 냈다. 그러니까 도자, 목칠, 금속, 섬유 등의 장르 구분을 없애고 국제공모전의 작품을 응모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리나라 100개 공모전이 있다면 100개 모두 장르별로 작품을 선정하는 상황.

변광섭 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총괄부장은 “재료를 통한 장르 구분보다 공예적 가치를 구현하는 작품을 뽑기 위해 없앴다. 공예의 미래담론을 논할 때 더 중요한 가치는 통합과 공예가 사회와 접속하는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공예를 통한 인프라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는 “경제, 복지, 관광, 산업을 아우를 수 있는 키는 공예를 통한 도시마케팅이다. 또한 공예클러스터가 조성돼 전시, 판매, 교육, 이벤트가 이뤄지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auce multi use)시스템을 갖춘다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와 조직위는 공예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청주청원 통합논의 등 예민한 문제가 있어 부지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조만간 이에 대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적 물적 인프라 구축 요원
물론 공예가 지자체에 뿌리 내리게 된 데는 청주국제비엔날레의 공이 컸다. 선점한 공예비엔날레를 필두로, 공예도시 마케팅까지 한발 내딛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예로 한국공예관은 99년 비엔날레를 첫 개최하면서 문을 열게 됐지만 공예전반을 아우르는 센터가 되기에는 운영예산 및 인적구성이 미미하다. 일년에 10건이 넘는 기획전을 벌이고 있고, 젊은 작가지원, 문화상품개발, 공예매니저제도 등 다양한 사업 때문에 정작 중요한 공예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시설면에서도 항온항습기를 갖춘 수장고 또한 제대로 마련돼 있지 못한 상황. 이러한 한국공예관의 규모와 운영방식은 어쩌면 지자체의 공예에 대한 마인드를 엿볼 수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또한 전국의 지역축제가 모두 공예적인 요소를 갖고 있으며 공예 관련 체험프로그램을 짜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예가 산업화되기 전에 상업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축제 현장에 가보면 공예체험은 이미 반 쯤 만들어진 상품을 갖고 몇 분 안에 조립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공예가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 광주요의 전략은 눈여겨볼만하다. 광주요는 1960년대 장인들의 공방으로 출발했지만 1988년 조태권 현 회장이 취임하면서 전통도예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 생활가운데 도자문화를 만들었다. 현재는 연 100억대 매출을 자랑하며 광주요(도예), 아올다(도예), 자비야(소품), 화요(술)등의 브랜드와 한식당 가온, 녹녹, 낙낙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식문화(食文化) 전파. 그릇은 콘텐츠를 담는 용기일 뿐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논리다. 이러한 식문화 개념 또한 판매 시장 형성을 위한 야심찬 대안 중에 하나였다. 의식주 가운데 그나마 덜 때가 묻은 식문화를 파는 계획을 세웠던 셈이다.

현재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산업형 비엔날레를 추구하고 있지만, 수십년간 사라진 시장을 회복한다는 것은 단시일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에 변광섭 부장은 “공예는 곧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공예가 망한다는 것은 민족혼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공예를 통해 충북을 권역별로 나눌 수도 있는 것이다. 제천은 섬유와 염색, 증평은 웰빙, 영동은 국악 등 지역색(色)을 공예와 연결 짓는 마케팅을 펼치고, 또 공예의 미개척 장르를 선점한다면 시장성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인범 2009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은 “인공이 만들어낸 모든 것에서 공예적인 가치를 찾는 다는 것은 일상의 공예에서 시작하지만 경제사회적인 동력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현대공예의 담론을 제시하고, 또 시민사회 커뮤니티가 주체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짤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예비엔날레는 아직 중장기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번 국비, 도비, 시비로 꾸려지는 행사이기 때문에 연속성을 갖고 로드맵을 짜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공예클러스터 조성이 수면위에 떠오른다면 공예도시 마케팅은 가속화될 것이다. 공예를 통한 도시마케팅,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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