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규제완화를 약속했던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며 수도권규제완화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말 바꾸기가 한두번이 아니라서 국민적 불신이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번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지방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기로에 놓인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도권규제완화에 반대하여 단식도 불사하겠다는 정우택 충북도정이 9개 지역현안에 대한 정부의 수용여부를 보아가며 대응할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 것이 아닐 것으로 믿으며 드리는 말씀인데, 단체장으로서 지역의 숙원을 관철하려는 충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로되 그것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종부세 등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강부자, 친재벌 위주로 감세정책을 펴는 정부가 지방을 위해 투자할 재원이 없기 때문에 지역현안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지요. 지방에 돌아갈 재원은 고갈되고, 수도권규제는 풀어버리면 지방이 고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설혹 일정부분 지역숙원사업이 이뤄진다 한들 지역현안 해결은 일시적이되 수도권규제완화로 인한 지방고사현상은 지속적인 것입니다.

길은 외길, 수도권규제완화를 철회하고 종부세를 보완 강화함으로써 지방에 돌아갈 재원을 확대하는 것이 정답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 정부는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후속대책을 내놓는다, 지역현안을 내놓아보라고 하지만 시간만 끌 뿐, 적당히 주물러서 봉합하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체면도 적당히 세워주고 면피할 구실도 만들어 당초대로 수도권규제완화를 밀어붙이자는 심산이겠지요.

서기 629년(신라 진평왕 51년, 고구려 영류왕 12년) 8월 신라장군 김용춘과 김서현이 고구려의 낭비성(娘臂城, 청주)을 치는데, 성 밖에 나와 진을 벌인 고구려군의 기세가 막강하여 신라 병사들이 무서워 나아가지 못할 때 김유신이 단기필마로 고구려진영에 세번 들어갔다 세번 나오며 매번 들어가면 적장의 목을 베어오거나 깃발을 빼앗아 오므로 신라군이 용기백배 진군하여 고구려군을 무찌르고 승리했다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기록이 충청북도지 역사편에 서술돼 있습니다.

죽음을 무릅쓴 용기와 적의 허를 찌르는 절묘한 타이밍이 필마단기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겠지요.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김유신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단기필마를 말하자면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장수 조자룡을 빼놓을 수 없지요. 맹장 조자룡은 단기필마로 적진을 헤치고 들어가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해내지 않았습니까. 역시 삼국지에서 단신으로 장판교 한가운데서 추격해 오는 조조군을 호통쳐 막아낸 장비의 용기도 대단했습니다.

마찬가집니다. 수도권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정부 여당의 압력과 회유가 매우 강할 것입니다. 고구려군의 위세보다 더 심하겠지요.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뒷걸음치거나 아예 발 벗고 나서서 영합하는 곳도 있겠지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돈줄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도 없을 테고, 여당조직도 관변단체도 민간단체도 몸을 사리게 됩니다. 모난 돌이 되어 정을 맞지 않으려고 움츠러들기 마련입니다. 누가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사기를 높여주겠습니까. 단기필마를 불사한 삼국통일의 영웅 김유신의 지략과 용맹을 겸전한 맹주의 출현이 기다려지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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