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제조업체 공조, 고창·한산 사례 주목해야'전통주 성장=지역문화 확대' 패러다임 인식 필요

집에서 만들어 마시던 가양주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전통주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한다. 현재도 전국 각지에서 전통주를 지켜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주류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5회에 걸친 보도에서도 살폈듯 충청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충주 청명주(제2호), 보은 송로주(제3호),청원 신선주(제4호) 등 충북 대표 전통주는 무형문화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 열악한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에서 나름대로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고창 복분자주와 한산 소곡주의 공통점은 지자체와 업체 그리고 지역민들이 전통주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고창군이 건립한 고창복분자선연웰빙플라자(사진 위), 아래 사진은 한산을 대표하는 소곡주와 모시를 전시·판매하는 무형문화재복합전수관.

가장 큰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 이종기 영남대 식품가공학과 교수(충북소주 고문)는 “전통주가 생명력을 이어가려면 혼자의 노력이 아닌 공유하고자하는 정서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전통주의 전국화 세계화가 전통을 이어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
고창 복분자주나 한산 소곡주 등 일부 전통주들은 어려운 전통주 시장에서 나름대로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가며 세계화를 위한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선택과 집중', 고창군을 배워라
6차 산업을 완성해가고 있는 고창 복분자주는 전북 고창군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고창군 일대에만 9개의 생산업체가 밀집해 전국 판매량의 40%를 생산해내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한미FTA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 농가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는 벼농사 대신 복분자 농사로 전환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양 기능을 강조해 지역 특산품인 복분자주와 장어를 상품화해 국내 관광객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해 고창군 전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와인생산단지나 일본 청주생산단지 등 선진사례에서 볼 수 있는 6차 산업의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창의 복분자가 도내 전통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짧은 전통에도 이 같은 성과를 발휘하게 된 동력은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다.

고창이 복분자 생산지로써의 최상의 자연조건을 가졌다는 데에서 지자체와 업체는 물론 군민들이 힘을 합쳐 복분자의 세계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현재 고창군은 복분자주와 관광산업을 통해 연간 3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도내 무형문화제 지정 전통주 청명주(사진 위) 송로주(사진 아래) 신선주는 무형문화제라는 이름이 무색할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 신선주는 계승자만 존재할 뿐 10여년째 술을 만들어내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또 하나의 성공사례인 한산 소곡주는 고창 복분자주와는 방식을 조금 달리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통주라는 상징성을 맛으로 세상에 알린 경우다. 전통의 맛을 제대로 재현한 것이 한산 소곡주의 경쟁력. 하지만 한산도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지자체의 지원이 있었다. 모시와 함께 소곡주를 지역의 관광상품으로 만들려는 서천군의 투자로 한산면에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비록 고창과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한산 소곡주 제조업체는 주위의 지원 속에 맛을 유지하는데 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

이종기 교수는 “결국 술은 맛이다. 맛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해주는 조력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술의 명가들을 돌아보면 명주를 완성하고 그 전통을 이어가는 것에만 올인한다. 판매·유통·마케팅 등은 이미 시스템화 돼있다. 전통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자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닌 이야기와 그 지역의 문화를 마시는 것이다. 6차 산업의 완성이 가능한 것도 전통주는 단순한 술의 의미 이상으로 확대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통주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전통주의 현주소에서 곧바로 이 같은 시스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충북은 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옛 중원은 수로·육로를 통해 모든 술이 통하는 곳이었다. 전통주의 심장이 되는 곳이다. 하지만 충북의 전통주는 한결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주를 살리려는 노력이 부족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작게는 한 마을을 대표하는 충북을 대표할 전통주를 세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통주 계승자들도 또한 맛을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내 전통주들은 옛 맛을 어느 정도 복원했을지언정 현대인들을 유혹하는 힘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전통을 지켜가는 것과 함께 상품화 가치가 있는 술로 재탄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시인이자 전통주 연구가인 박덕훈 씨는 “전통적인 것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추구하거나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바꾸려들거나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그 기본과 뿌리를 무시해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전통주를 빚는 방법이나 재료, 맛과 향에 대한 개선과 변화는 시대적 상황이나 환경 변화에 따른 요구지만 그렇다고 전통에 뿌리를 두지 않으면 쉽게 흔들리거나 무너지기 쉽고, 생명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주류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충북소주의 산삼주 ‘휘’와 영동 와인 ‘샤토마니’ 등도 대형주류업체들과 견줄 수 있는 유통망을 가지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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