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명월 한우, 햇사레 복숭아 통합브랜드 안착
청결고추 중부는 괴산, 북부는 음성 아닌 제천?

자치단체 간 브랜드 싸움은 심심찮게 ‘눈 뜨고 못 볼 광경’을 연출한다. 좁디좁은 충북 내에서 한 자치단체가 특산물을 브랜드화하는데 성공하면 인근 자치단체가 무임승차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들은 “우리 동네에서 더 많이 생산되고 품질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로 항변한다. 그러나 상표화에서 뒤진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 충북의 한우 통합브랜드인 ‘청풍명월 한우’는 롯데백화점 23개 매장에 진출하는 등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 충북 음성과 경기도 이천의 광역브랜드인 햇사레 복숭아는 명품화에 성공했지만 햇사레의 모토인 음성군 감곡면 주민들은 왠지 손해 본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는 상황.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지역간 통합브랜드다. 선발주자가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일단 생산단위가 커짐에 따라 더욱 고품질의 제품을 엄선할 수 있고 이는 명품화와 직결된다. 또 규모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 판촉에 대한 상급 자치단체의 지원 등으로 그야말로 ‘확’ 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충북에서 통합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해 시작된 현재 6개 조합이 참여하고 8개 조합이 참여의사를 밝힌 ‘청풍명월 한우’와 충북 음성 감곡, 경기도 이천 장호원이 참여하는 광역브랜드 햇사레 복숭아다. 두 브랜드는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청원생명쌀, 생거진천쌀 등 쌀 브랜드는 청원과 진천이 독자적인 두 축을 이루고 있고, 사과 브랜드는 ‘프레샤인’이라는 상표아래 충주를 중심으로 8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다. 명성에서는 뒤지지만 충주사과에 필적할만한 제천사과는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청결고추’라는 이름을 놓고 싸우고 있는 괴산과 음성은 국비까지 지원받아가며 중부와 북부로 권역별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음성의 설자리가 애매한 상황이다.

초단기간 자리잡은 청풍명월 한우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되는 마당에 수입쇠고기에 맞서 지역의 브랜드가 아우성치듯 난립하는 것은 비단 충북만의 현실이 아니다. 충북만 해도 제천 황초와우, 보은 조랑우랑, 괴산 자연의 약속, 음성 청결한우, 청원 초정약수, 옥천 향수촌 한우맥우 등 8개 상표가 경쟁을 해왔고 전국적으로는 179개 상표가 다퉈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충북 한우에 대한 광역브랜드사업단이 구성되고 사업계획이 확정된 것은 2005년 6월이다. 같은 9월에는 ‘청풍명월 한우’에 대한 통상사용권을 허락받았다. 충북도는 2007~2010년까지 도비 6억3000만원을 들여 청풍명월 한우를 홍보하고 농가를 교육할 계획이다.

특히 정우택 지사 취임 후에는 전국 판매망을 가진 백화점과 농협 공판장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9월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을 비롯한 23개 지점에 입점했고 농협 가락공판장, 농협충북유통(하나로클럽) 등에 진출해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 10월까지의 판매실적은 서울공판장 650두 38억2200만원, 롯데백화점 369두 24억8800만원, 충북유통 105두 7억100만원 등 총 1241두에 77억4400만원이다.

충북도 김정수 농정국장은 “보은 조랑우랑 한우, 제천 황초와우 등은 ‘자체 브랜드화에 성공했다’는 판단 때문인지 아직 청풍명월 한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정물량이라도 참여를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충북과 경기가 합작한 햇사레 복숭아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이 생산하는 햇사레 복숭아는 지난 8월1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실시된 경매에서 10개들이 1상자가 무려 31만원씩에 낙찰돼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경매에 납품된 3000상자 중 11상자가 이처럼 초 고가에 낙찰됐다. 이는 복숭아 1개에 3만원 꼴.

햇사레 복숭아의 본적지는 충북 음성이지만 복숭아들의 고향은 음성군 감곡면과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등 2개 시·도의 2개 시·군이다. 2002년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충북과 경기도의 복숭아 주산지를 묶어 광역브랜드를 탄생시킨 뒤 이를 공동사업법인(음성농협, 감곡농협, 동부과수농협, 장호원농협 참여)으로 본격화한 것이다. 현재 2176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판매실적만 496억원에 이르는 ‘대박 브랜드’다.

이렇다 보니 2008년 전국농산물 파워브랜드 전시회에서 3회 연속 상을 받았으며, 경인 히트상품 선정, FTA기금 지원평가 전국최우수조직 선정, 공동마케팅조직 선정 등 전국최고의 품질로 평가받고 있다. 법인 관계자는 “기존에는 수도권 중심의 대형유통센터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섰지만 영호남까지 판로를 확대 개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음성군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곡면의 한 농민은 “원래 햇사레 복숭아는 충북이 모토인데 경기도 이천, 장호원에다 양평군 일부까지 끼어들고 있다”며 “우리는 감곡복숭아로보도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통합 키운다고 중소 죽는 건 아니다”
충북에서 자치단체 간 브랜드 다툼이 가장 치열한 음성과 괴산의 청결고추 대결은 권역별 통합 브랜드 육성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충북도가 나서서 각각 중부권과 북부권으로 2개의 대표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

2007년 12월 법인을 설립한 중부권의 ‘괴산고추조합공동사업법인’은 괴산, 증평, 진천군이 참여하는데, 지난 9월 진천군 이월면에 공정육묘장을 완공하고, 고추종합처리장 설비공사를 벌이는 등 2007~2009년까지 모두 19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증평과 진천은 청결고추의 명성에 무임승차하는 셈이다. 재배규모는 3500호에 1127ha다.

문제는 북부권에 설립할 ‘충북북부고추조합공동사업법인’이다. 북부 법인에는 음성, 충주, 제천, 단양 등 4개 시·군이 참여하는데 음성이 아닌 제천에 거점을 두는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4200호 1425ha가 참여하는 북부법인 사업에는 2009~2011년까지 모두 200억원이 투입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괴산에 중부법인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역적인 안배를 고려해 제천에 북부법인을 두려는 것”이라며 “음성은 물량도 상대적으로 적고 인삼 산지유통센터가 들어서기 때문에 앞으로는 고추에서 인삼 쪽으로 중심이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합브랜드를 키운다고 중소브랜드를 줄여야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품질 규격에 미달하는 제품은 소규모 브랜드를 이용해 계속 판매해야 한다. 다만 점차적으로 통합브랜드의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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