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와 시립예술단간의 단체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로 대표교섭 9차례, 실무교섭 3차례를 마쳤지만 막상 손에 쥘 수 있는 실적은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기본협약안 6개 사항중 일부에 대해 양측이 합의했지만, 이는 교섭을 하기 위한 전단계 약속에 불과해 별 의미가 없다.
노조는 지난달 21일 청주시의 불성실교섭과 탈법행위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며 “그동안 청주시는 수없는 말의 번복과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한 최소한의 요구조차 수용을 거부하며 교섭을 시종일관 해태하고 있다. 또 김동기 부시장이 서명한 합의안이 일부 실무 관료들에 의해 번복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사무실 조차도 합의못한 노사양측

실제 노사양측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하다못해 사무실 문제조차도 이제까지 합의를 보지 못했다. 6차 교섭에서 사무실과 집기를 노조에게 제공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노 모 예술문화체육회관장은 “그런 합의는 했지만 시기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른다. 어쨌든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해 노조가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에서는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과 소공연장 사이 계단쪽에 있는 빈공간을 사무실로 주겠다고 말하고 있고 노조에서는 너무 좁은데다, 통풍도 안되고, 햇빛이 안들어 다른 곳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또 청주지역에서 노사악화의 사례로 꼽히는 충북대병원과 평화택시 단체교섭시 교섭위원으로 활동했던 신 모 노무사를 청주시가 위촉한 것에 대해서도 양측은 여러차례 설전을 벌였다. 노조측은 “2000년 충북대병원 노사교섭에서 신 노무사의 교섭위원 인정문제가 시발점이 되어 충북대병원 노사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그래서 2000년 60일, 2001년 150일 파업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신 노무사는 노조를 자극하는 방법을 고수해 대립과 투쟁의 노사관계를 형성하게 한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단체교섭시 노조측 대표들은 노무사가 교섭위원이 될 수 있다고 쳐도 왜 하필이면 신 노무사냐고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노 모 관장이 불성실한 대답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 노조측은 노관장의 태도를 문제삼았고, 양측 간에는 급기야 고함과 욕설이 오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청주시, 노조마인드 없어”

노사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단체들이 그렇듯이 시와 예술단 노조 역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서로를 타협하지 못할 사람들로 규정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노조측에서는 시립예술단장인 부시장보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문화예술체육회관장과 담당 계장이 문제를 삐딱하게 풀며 노조를 자극하고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나기정 시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김현수 전 시장의 라인이기 때문에 일부러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정치적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시에서는 노조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양측의 단체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김재수 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은 “청주시가 노조업무를 처음 하다보니 노조에 대한 마인드가 없다. 지금까지 예술단 운영을 조례에 근거해서 했다면, 노사관계는 노동조합법에 따라야 함에도 시는 계속해서 조례만 고집하고 있다. 이들은 조례에 있는 내용을 왜 단협에 넣느냐고 하는데 단협에 포함시키는 것은 상식”이라고 전제하고 “전북의 유종근 지사가 국악원 노조의 주장을 거의 수용하고 있는데 협상이 타결되면 청주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노사양측은 교섭테이블에서 조합원들의 복직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얘기도 꺼내지 못했다. 예술단 노조원 중에는 이미 국악단원 2명이 해촉을 당했고 무용단원 1명이 임기만료 통보를 받아 연일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 홍강희 기자


시·도립 예술단 ‘노동조합 설립 바람’
세종문화회관, 전북지역 국악원,
청주·인천·광주시립예술단 노조 활동중

전국의 시립 및 도립예술단에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전 서울시립예술단)과 전북지역 국악원, 청주시립예술단, 인천시립예술단, 광주시립예술단이 노조를 설립했고 부산시립예술단이 준비중에 있다. 가장 먼저 노동조합의 깃발을 올린 세종문화회관 노조가 창립한 것은 지난 99년 9월. 그러므로 2년 6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5개의 예술단이 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청주시립예술단은 지난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설립됐다.
노조설립 배경은 자치단체별로 다르다. 세종문화회관 노조는 서울시립예술단에서 민간위탁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탄생된 것으로 후발 노조의 ‘모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술단 노조의 장을 연 동시에 ‘성공사례‘로 꼽히는 이들은 조합원들의 근무여건을 확실하게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립예술단도 단체협약을 작성할 때 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국악원 노조 역시 민간위탁 경영 방침이 발표되면서 발끈하고 일어섰다. 이 과정에서 오디션 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한 노조측과 이를 무시하고 강행한 전북도측간에 갈등이 생기자 오디션을 보지 않은 단원 118명을 전원 해촉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강도높은 저항을 계속해온 노조 때문에 민간위탁 경영은 현재까지 이루어지지 않았고, 최근 유종근 도지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오히려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것이 청주시립예술단 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구속중인 유지사가 “단체협약 내용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단원복직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으니 오디션을 거쳐 들어와라”는 의견을 밝혀 노사관계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립예술단 노조는 국악단 간부들의 단원 탄압이 노조 설립 배경이 됐고, 청주시립예술단과 인천시립예술단은 단원해촉이 문제로 불거지면서 노조가 탄생했다. 그동안 官의 보호 아래 ‘편하게’ 앉아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인식된 이들이 노조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운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음에도 매년 실시하는 오디션의 두려움에 떨어야 하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당연히 받는 고용보험, 재해보상보험, 월차, 보건휴가, 동·하계 휴가, 자녀학자금, 가족수당 등 무엇하나 제대로 받지 못해 최소한 안정된 조건속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 청주시립예술단 노조측의 주장이다.
세종문화회관 노조도 단체협상을 통해 고용보험과 재해보상보험 가입, 유급 육아휴직, 고등학교 때까지 자녀학비보조 전액 지원, 연·월차 휴가 미사용시 유급보상 등을 얻어냈다. 따라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예술단원들에게 이러한 ‘효과’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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