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상담원

올해 성매매 방지법 시행 4주년을 맞이하면서 그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해결해야하는 과제들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성매매 방지법의 제정은 성매매를 단순히 규범과 도덕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인간으로써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법 제정 이후 많은 논란 속에서 성매매사범에 대한 단속이 증가하면서 성매매 집결지와 유흥업소가 축소되고,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국민들의 의식도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법 단속에도 불구하고, 성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정보 수단을 이용해 쉽게 성을 구매할 수 있었고, 단속이나 처벌이 이뤄짐에도 그들의 은밀한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왜 성을 구매하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솜방망이 같은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성 구매 초범은 존스쿨에서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받기 때문에 아주 경미한 처벌이라 할 수 있다. 즉, 처음이니 한 번 정도 기회를 주자는 의도인 것이다.

존스쿨은 미국에서 성을 구매해 체포된 대부분의 남성이 자신을 ‘존(John, 미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다)’이라고 밝힌 데서 유래한다. 그 후 199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시민단체가 성매매 재발 예방 교육프로그램을 존스쿨로 명명했다.

이렇게 설립된 존스쿨은 현재 세계 10여 개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존스쿨 이수자의 재범률이 2% 안팎이라는 결과가 집계되자 2005년에 국내에도 도입됐다. 국내 존스쿨은 하루 8시간 동안(점심시간 1시간 제외) 각 지역 보호관찰소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다.

한 번은 존스쿨 교육에 참석한 성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존스쿨 교육에 참여하게 된 원인과 교육 효과성에 대하여 이야기 한 일이 있었다.

존스쿨 교육에 참여하게 된 원인은 성 구매 후 처음으로 운이 없게 경찰 단속에 적발되었기 때문이고, 이번 교육을 통해 배운 점은 성매매의 범죄성과 성매매 종사자가 당한 인권유린 등의 내용이 아닌 다시는 경찰 단속에 적발되지 않으면서 성을 구매할 기회가 있다면 구매할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존스쿨 교육을 통해 성매매를 하지 않는 성 구매자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존스쿨을 통해 성매매를 줄여보고자 하는 의도도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성 판매자들은 어떨까? 처음 성매매를 한 성 구매자들에 비해 성 판매자들은 교육이 아닌 6개월간의 보호관찰과 상담위탁의 처분이 정해진다.

처음 상담위탁 처분된 성매매 여성들은 존스쿨 교육을 받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운이 없어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6개월의 상담 및 프로그램과 교육을 통해 상담원과 라포를 형성하고, 무조건 운이 없어 걸렸다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탈 성매매를 통해 자신의 인권을 찾고, 다시금 꿈을 이루고자 천천히 준비해 가는 몇 몇의 성매매 여성들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보이지 않는 싸움은 계속되겠지만 지속적인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성매매 없는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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