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정치경제부 기자

몸이 무거운 아내가 몸을 풀기 전에 단풍 구경을 소원해 충남 공주의 마곡사를 다녀 온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입동이 지나 제철이 꺾인 듯 합니다. 충남 공주 태화산에 자리한 마곡사는 단풍으로 유명해 사진작가들이 실력을 뽐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마곡사는 신라 선덕여왕 9년(640년)에 자장 율사가 건립한 교종 본산으로 중국의 영향을 받아 나마 형식의 오층탑과 고대의 향로가 남아 있죠. 햇살이 비친 노란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나무의 청취가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 합니다.

하지만 제철을 잃은 오색 단풍은 이제 바람 앞에 등불처럼 사라져 갑니다.
심지어 흩날리는 낙엽이 가을정취와 함께 스산함 마저 느끼게 합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려운 경기에 더욱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그런데 다가오는 겨울이 더욱 외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살기 좋은 청주를 만들기 위해 민원현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로 뛰는 청주시 사회복지사들입니다. 청주시 공무원 정원 1702명의 5.23%에 이르는 89명이 사회복지사입니다. 이들 중 고위직 관리라 할 수 있는 사무관 이상 공무원은 단 한명 뿐입니다.

그것도 올해 정년연수를 맞아 명예퇴직을 한다고 합니다. 청주시가 복지평가 준우수 자치단체란 평가를 받은 것을 놓고 볼 때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사회복지의 손길이 필요한 적재적소의 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공무원이 태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청주시 공무원 정원의 50%에 이르는 831명이 순수 행정직으로 5급 이상의 간부 공무원도 35명에 이릅니다. 순수 행정직 공무원들은 이들에 대한 승진연수와 인사의 형평성을 말합니다. 한 때 7∼8년이면 승진을 바라보던 행정직도 근무연수 10년은 족히 넘어야 승진을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겨우 7∼8년 된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사무관 승진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죠. 더욱이 사회복지에 대한 전문성은 몰라도 종합행정을 하기엔 이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업무연찬을 통해 소양교육을 시킨 뒤 일정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들에 대한 승진길이 열릴 것이란 얘기입니다.

그러나 청주시 사회복지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지난 91년 별정직에서 사회복지 직으로 전환되어 공직 경력연수는 무려 17년 가까이 된다는 점입니다. 청주시가 동일직급의 근무 연수를 경력으로 따지는 인사 규정만 아니라면 충분히 사무관 승진 경력은 된다는 말입니다.

또한 종합행정력 부족을 탓한 행정직 공무원에게 청주시 한 사회복지사는 ‘일선 동주민센터 주민생활지원담당의 전문성 부족은 왜 생각하지 않냐’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직렬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자의 관심을 끌게 된 청주시 인사의 직렬 소외에 대해 어느 정도 밝히고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무심코 한 사회복지사가 건넨 말 속에 뼈가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갈 수 있는 자리는 청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전문위원실과 일선 동주민센터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이 산다는 용암 1동과 수곡2동의 동장 자리뿐이란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들자리도 현재 행정직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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