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편집국장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얘기다. 노무현 정부가 규제했던 수도권 개발을 이명박 정부는 ‘확’ 풀었다. 지방으로서는 여간 큰일 난 게 아니다. 아무리 예상했다손 치더라도 이건 도를 넘었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에서는 하던 일 집어던지고 연일 서울로 올라가 농성에 돌입해야 한다. 그만큼 지방의 미래는 암담하다. 우선 당장 충북이 수도권 규제완화로 입게 될 피해는 기업유치 차질과 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 차질 등이 예상되지만, 이는 단편적인 계산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합치면 상당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면적은 전 국토의 11.8%다. 그런데 인구는 전체의 48.3%나 된다. 이것만 보더라도 수도권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아무리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다지만 해도 너무 한다. 이쯤되면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두 지역으로 나뉘는 단순구도가 성립된다.

실제로 서울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이 나라를 서울과 지방으로 나눈다. 서울 거주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도매금으로’ 지방사람들로 분류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사람들 중에는 충북과 충남, 전북과 전남, 경북과 경남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충북에 사는 한 사람으로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집중도는 세계1위다. 그렇다보니 과밀과 혼잡, 높은 땅값, 주택난, 환경오염, 삶의 질 저하가 수반된다. 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삶의 질 수준은 전 세계 215개 도시 중 89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에서는 대도시권 인구 규모가 600만명을 넘어서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인구는 1042만명이다. 서울시는 이 기준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반면 전국적으로는 인구 3만명이 안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많다. 낙후지역은 전 국토의 59.8%를 차지하고 있으나 인구는 10.7%에 불과하다. 텅텅 비어도 너무 빈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이들은 자식들이 공부하러, 돈벌러, 취직하러 서울로 올라가고 난 빈 집을 지키고 있다. 터질 지경인 수도권과 썰렁하기 짝이 없는 농촌, 이것이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이제 수도권 개발을 막던 울타리마저 제거돼 이런 불균형은 가속화될 것이다. 참여정부 때 지방은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 정책 등으로 잠깐이나마 희망을 가졌다. 이것도 물론 순탄하게 된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단체가 나서 법률 제정을 위해 애썼는지 모른다. 행정수도의 꿈이 영글지도 못하고 유산됐을 때,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이 국회 통과 앞에서 기우뚱 거릴 때 지역민들은 땀과 눈물을 쏟으며 상경해 시위를 벌였다. 그 때 한결같이 외친 것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것이었다.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이상 지방은 희망이 없다. 미래가 없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역균형발전 정책 수립을 참여정부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금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충북지역내 모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시민사회단체는 더 강도 높게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 특히 정우택 충북도지사를 제외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은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지방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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