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연령 높아지고 여자연상 증가
외환위기 이후 몰아친 경제 사회적 변화가 우리 나라의 혼인풍속도를 크게 바꾸어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1일 내놓은 2001년 혼인·이혼 통계결과에 따르면 혼인율은 점점 감소하는 반면 이혼율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이혼 건수는 13만 5천 건으로 2000년(12만 건)에 비해 1만5천건(12.5%) 늘어났으며, 혼인은 32만 쌍으로 2000년(33만4천건)보다 1만4천건(4.2%) 감소했는데 주로 20대 연령층에서 혼인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충북에서도 작년 4천 건이 넘는 이혼이 이루어져 자녀양육문제 등의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여성의 희생만을 강조해온 결혼생활이 여성의 지위신장과 의식개혁 등으로 많이 바뀌었고, 이혼과 재혼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해왔다.
부정적으로만 보던 이혼의 사회적 인식도 종전에 비해 특수한 한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 해가고 있는 추세다

이혼사유 부부불화, 경제순

청주시 흥덕구에 사는 이모씨(41)는 아내의 요구에 의해 합의이혼을 생각중이다. 결혼한 지 10여 년이 된 이들 부부에게 문제가 발생한 것은 8년 전 자동차관련 카센타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카센타가 운영이 잘 안되면서 본인의 의지가 많이 흔들였지만 모든 돈을 걸고 시작한 것이기에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약 5년이란 세월을 끌었으나 결국은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그 동안 나름대로 정신적이나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아 가정불화 또한 많이 따랐다. 답답하고 부담스런 마음이나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위로 정도를 받기 위함이었는데 집사람은 놀랍게도 그동안의 폭언들과 잘못된 행동 하나 하나까지 모두 기억해 두고 있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씨는 카센타를 그만두고 다른 카센타에 취직을 하였으나 전 카센타에서의 빚 때문에 어려운 살림은 계속 이어졌다.
고민 끝에 정해져 있는 봉급보다 영업을 해서 버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 영업직을 택해 이리 저리 뛰어다녔지만 돈벌기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 일도 그만두고 또 다시 다른 카센타에 근무했다.
그러는 동안 아내는 점점 바뀌어 갔다. 아내는 이씨에게 ‘무능하다’는 말 등을 자주 하면서 무시했고 뚝하면 짜증까지 부렸다. 싸움이 잦아지면서 이들 부부의 경제적 문제로 인한 가정불화는 더욱 커져 결국 합의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씨는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이혼이 내일이 될지 몰랐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해 깜짝 놀랐다”며 “아이 때문에라도 이혼만은 절대 할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내의 말대로 이혼하는 것이 모두에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IMF가 닥치면서 늘기 시작한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은 11.6%로 전년보다 0.9%증가했다. 따라서 주된 이혼 사유인 부부불화는 오히려 감소해 작년에는 7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경제적 불황이 이혼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30대 이상 만혼화현상 증가

연령별 혼인건수의 추이를 보면 남녀 모두 20대에서의 혼인은 감소하고, 30대 이후의 혼인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주 혼인연령층(남자26∼30세, 여자24∼28세)에서 현저히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29.6세, 여자 26.8세로 90년에 비해 남자는 1.8세, 여자는 2.0세 늘어났다.
이처럼 초혼연령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학업연장과 경제활동 등에 따른 결혼 지연, 개인주의적 성향에 따른 독신선호 등 결혼에 대한 태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됐다.
결혼정보회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20대는 줄어든 반면, 30∼40대 연령층의 고객이 늘고있다”며 “결혼을 20대에 해야한다는 인식이 사라지는 등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 적정 연령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 결혼을 해야만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결혼관에서 탈피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으면 결혼하지 않고도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자기중심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동거생활이 일반화되는 현실에서 앞으로도 30대에서의 초혼연령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초혼부부의 동갑 및 여자연상 증가

초혼부부의 경우 남자연상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동갑과 여자가 연상인 초혼비율은 90년 17.9%에서 지속적으로 증가 2001년에는 25%(7.1%증가)를 나타냈다.
이는 여성 연상혼인에 대한 관대화, 혼인결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중시 등 사회의식 및 결혼관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혼상담소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처음부터 연상여자를 찾는 남성들도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은 환경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만 좋으면 된다는 식이다. 결혼 후에도 안정된 직장생활이 가능한 여자가 인기가 있고 연상여자와 혼인이 늘고있는 것은 ‘여성 경제력’이 결혼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된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 박재남 기자


“여성의 재혼,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혼인가운데 이혼한 여자가 총각과 재혼한 경우가 90년 2.3%에서 95년 3.6%, 지난해에는 5.6%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비해 남녀 모두 초혼인 경우는 90년 89.3%에서 지난해 79.7%로 크게 떨어졌다. 또한 남녀모두의 재혼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여자의 경우는 90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 재혼이 더 활발해졌다. 예전에는 이혼과 사별 등을 겪고도 자식양육 등을 이유로 젊은 나이에도 재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재혼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이혼 후 동거기간 거쳐 결혼

이혼이 늘면서 동거 또한 늘고 있다. 재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결혼전 대부분 동거를 하기 때문이다. 한 재혼전문정보회사의 통계에 따르면 상당수가 ‘결혼식이나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동거생활을 원한다’고 답했고, 남성의 21%와 여성의 44%는 각각 ‘결혼 전에 상대방의 실제 모습을 알고 싶어서’ ‘또다시 실패하기 싫어서’라는 이유로 결혼 전 동거를 희망했다. 또 조사결과 눈길을 끈 것은 재혼문제를 생각하는데 있어서의 남녀간의 차이가 뚜렷 하다는 것이다.
우선 남자는 이혼 후 곧바로 재혼을 생각하는 편인데 비해 여자는 다소 시간을 두고 재혼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이혼 후 생활의 불편, 자녀 양육 등의 이유로 재혼을 서두르는 반면, 여자는 자녀를 키우는데 전념하고 자녀성장 후 천천히 재혼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한 재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자식들이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혼자된 부모를 재혼시켜야겠다는 전화가 많이 오는 등 재혼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재혼에 대한 정보제공이 늘어나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 배우자를 찾고자 노력하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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