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특집 - 테마가 있는 박물관 기행 (3) -난계국악박물관

“얘들아, 우리 나라 3대 악성이 누군지 아니?”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묵묵부답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며 왜 그리 어려운 질문을 하냐는 눈치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피아노 연주를 배운다. 음악은 아이들 감수성을 키워주고 지능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이제 필수 교양과목처럼 되어 버렸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을 줄줄 왼다. 베토벤, 모차르트, 바하 등 세계적인 악성들의 이름은 모르는 아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나라 악기를 만들고, 음악을 만드신 훌륭하신 우리조상들을 아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이번 방학에는 우리 나라 3대 악성 중 한 분인 난계 박연을 알리고 국악을 널리 전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영동 난계 국악박물관으로  테마 기행을 떠나보자.

가야금을 만든 신라의 우륵, 거문고를 만든 고구려의 왕산악과 함께 난계 박연은 우리 나라 3대 악성이다.

난계 박연은 영동군 고당리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 영동군에서 그 분의 업적과 뜻을 기리기 위해 국악박물관을 설립하고 다양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어 국악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박물관 주변에는 난계 사당과 생가가 함께 있음은 물론 시원한 금강줄기가 흐르고 있어 휴가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난계 박연은 조선 태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집현전에서 일하다가 세종이 즉위한 후 악학별좌에 임명되어 악사를 맡아보았다. 박연은 작곡뿐 아니라 대금을 연주하는 연주가로 편경12장을 만드는 악기 제조까지 당시 궁중음악을 전반적으로 개혁한 뛰어난 음악가였다.

아이들과 박물관을 둘러보면 아이들 뿐 아니라 함께 한 부모들도 놀라게 되는 것이 있다. 우리 나라 악기를 전시해 놓은 전시실이다. 정악대금, 산조대금, 소금 등의 관악기 20여종과 아쟁, 해금, 가야금 등 현악기 20여종, 징, 바라, 소고, 좌고, 노고 등 20여종의 타악기가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다. 우리 악기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찾는 이를 모두 놀라게 하는 곳이다.

우리가 부부의 정이 두터운 것을 일컬을 때 ‘금슬이 좋다’ 라고 한다. 여기에 ‘금슬’이라는 말은 금과 슬이라는 악기에서 연유된 것으로 둘이 같이 연주해야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말로만 듣던 금과 슬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도 있다.

또, 다양한 악기들 사이에는 맡은 역할에 따라 색깔을 달리해서 옷을 입었던 악사들의 모습도 있다. 녹색의 녹초삼을 입은 이가 합주시 조화로운 연주를 위해 총 지휘를 맡는 요즘의 지휘자와 같다고 한다. 우리 전통국악에도 멋진 의복을 차려입은 지휘자가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이런 다양한 악기와 체계적인 음악이 갖추어져 있었기에 종묘에서 제사 음악으로 쓰인 ‘종묘 제례악’이 유네스코에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 될 수 있었으리라.

이 곳 난계 박물관의 백미는 단연 체험실이다. 전시실 2층에 마련된 체험실에는 우리가 자주 접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국악기들이 있다. 누구나 한번씩 두드려보며 악기의 소리를 직접 내 볼 수 있어 더욱 즐겁다. 운이 좋다면 모든 국악기를 다루는 관장의 연주를 들을 수도 있고, 잠깐 관장의 지도를 받아 아이들과 합주를 해보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번개 소리를 닮은 꽹과리, 빗소리를 내는 장구, 구름소리가 나는 북과 바람소리를 내는 징을 함께 연주하고 있으면 그야말로 자연과 우주의 소리를 듣는 듯하다. 서양음악에 더 익숙한 아이들이지만 오랫동안 우리의 정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짧은 시간에 금세 푹 빠져든다.

체험실을 나오면 무더운 여름에도 더위를 잊고 악기 제작에 여념이 없는 우리 것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는 국악기들이 어떻게 제작되고 있는 지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우리 것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좋은 체험장이다.

기왕에 먼 걸음을 나선 김에 난계 박연이 낙향하여 자주 찾아 대금 연주를 하였다는 경관이 빼어난 옥계폭포를 찾아보아도 좋다. 박물관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충청지역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하기로 이름 난 곳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오색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물줄기는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울어져 장관을 이룬다. 그러기에 옛부터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자연 경관에 빠져 있을 즘에 아이들은 벌써 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며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폭포수 소리와 어울어져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릴 것이다. 어디선가 박연선생의 애끓는 대금 소리도 들릴 듯 하다. 얼마 전 먼 세상으로 가신 큰 소리꾼 박동진선생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하는 외침과 함께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