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정치경제부 기자

전통주 취재차 찾아간 전북 고창군은 일본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엔고에 힘입어 저렴한 한국 여행을 떠나온 것이다. 그들은 선운산 도립공원 자락에 위치한 선운사를 비롯해 동서남북 30분 이내의 바다, 갯벌, 메밀밭,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 유적지, 옛읍성을 유람하며 한국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또 한류 열풍의 근원인 대장금 촬영지 녹차밭을 비롯해 선운산을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과 백일홍에 일본인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불황에 허덕이는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모습을 단순히 엔고현상에 의한 여파로 치부한다면 고창군민들은 서운할 것이다.

고인돌 이야기, 판소리 이야기, 읍성 이야기 등 고창에는 이야기가 있다.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다는 선운산, 판소리박물관, 고인돌 무덤, 고창읍성 등 고창에는 볼거리가 있다. 또한 장어의 대명사 풍천 장어와 복분자주는 고장을 대표하는 먹을 거리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스테미너 음식과 요강을 뒤엎는 씨앗이란 뜻의 복분자(覆盆子)의 만남,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일본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상품이다.

하지만 고창군이 이같이 주어진 환경에만 만족하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일본 관광객들로 호황을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김영춘 고창군 지역특화산업지원사업팀장은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부산국제공항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고창은 그냥 시골마을일 뿐이었다. 그들은 아는 곳은 해운대, 광한리 그리고 부산의 대형백화점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라북도 고창군을 직접 갈 수 있는 차편도 없는데다 고창의 멋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고창군은 부산항까지 배편도 마련돼 있는 후쿠오카를 비롯해 일본 주요 지역에 고창군을 홍보하는 한편 지역 버스업체과 계약을 통해 일본관광객들에게 무상으로 버스를 공급했다. 김 팀장은 “일단 고창에 오기만 하면 3박 4일 일정도 모자랄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방문객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창군민의 오랜 노력이 엔고시대를 맞아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문득 충북은 어떤지 돌아보게 됐다. 충북도는 일본인 수요를 겨냥한 밀레니엄타운 내 국제웨딩빌리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청주국제공항 및 지역관광 활성화와 고용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달랑 국제웨딩빌리지 하나로 이 같은 효과를 본다면 결단코 이보다 좋은 사업은 없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북개발연구원이 용역설계 납품한 최종수정 기본계획 결과보고서가 지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우택 지사가 밝혔듯 ‘밀레니엄타운 조성사업을 더 이상 중단해서나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다급함에서 비롯된 즉흥적인 사업 구상이 아니냐는 우려도 한몫했다.

관광 활성화는 단순히 한 가지로 완성되지 않는다. 나무가 숲을 이루듯 모든 관광자원들이 유기적인 호흡을 맞춰야 한다. 고창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이번 주말에도 일본관광객 80명을 상대로 가이드를 해야 합니다.” 애향심이 가득한 그의 말에 답답함이 밀려오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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