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사회문화부장

민선 4기 충북도정이 시작되면서 이원종 지사가 정우택 지사로 바뀌었지만 도정의 슬로건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실없는 얘기지만 Bio충북에서 Big충북으로 바뀌었으니 알파벳 소문자 o만 g로 교체됐을 뿐 솔직히 진화한 것은 없다.

사실 인구나 면적에서 전국 3%의 비중을 가진 충북도가 ‘경제특별도’니 ‘Big충북’을 운운하는 것은 분명 반어적이지만 지향하는 바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요즘 서점가를 강타한 외국도서 ‘시크릿’이나 국산도서 ‘꿈꾸는 다락방’에서도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며 <R(realization)=V(vivid)D(dream)> 공식에 대해 역설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꿈꾸는 다락방에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되어 장장 7년 동안 초등학생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독방에 갇혀 있었던 네스멧 소령에 대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네스멧 소령은 마음속에 골프장을 만들고 매일 생생하게 꿈꾸었다. 골프채를 쥔 자신의 모습을, 골프장을 파릇하게 뒤덮은 잔디를, 곳곳에 서 있는 나무들을, 그 나무 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다람쥐들을,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함께 골프 치는 사람들을. 얼마나 생생하게 상상을 했던지 그는 골프복의 촉감과 잔디 냄새와 다람쥐들이 잽싸게 움직이는 소리가지 느끼고 맡고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제임스 네스멧 소령은 매일 4시간씩 상상의 18홀을 돌았다. 7년 뒤 자유의 몸이 된 네스멧 소령이 골프채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현실의 18홀을 돌았다. 놀랍게도 그는 첫 게임에서 70타를 쳐냈다. 7년 전과 비교했을 때 그의 골프 실력은 무려 20타나 향상돼 있었다…”

그러나 충북도의 경제특별도나 Big충북은 그저 구호로만 다가올 뿐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17조 투자유치를 자랑하고 있지만 이는 기업의 설비투자 금액일 뿐 주민들에게는 전혀 다가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투자액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기대하고 있는 세수증대와 고용창출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도 초장부터 빛이 바랜 상태다.

여기에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전국 지자체의 재무제표의 분석결과를 보면 충북은 Big충북이 아니라 Small충북이다. 자산, 순자산이 전국 최하위고 살림살이의 구체적 결과를 나타내는 운영차액도 16개 시겣?중 15위에 불과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17조 투자유치보다는 행안부의 발표결과가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생생한 꿈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도민 모두가 함께 꿈꿀 수 있는 것이어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사고방식부터 창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굴뚝공장만을 유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Big이라는 목표점에만 상상의 깃발을 꽂을 일이 아니라 구체적인 여정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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