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렬 진천주재(제 2사회부장)기자

 지역에서 언론인 명함 내밀기 참 부끄러운 세상입니다. 펜이 칼 보다 강하다느니, 정론직필이니 하는 단어들을 떠올리면 슬며시 자괴감이 돋아납니다. “나는 왜 기자의 길을 택했을까?” 회의와 번민도 많았습니다. 주위에서 “때려 쳐라” “자식 먹여 살려야지”하는 우려 섞인 충고도 많이 들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겨울 14년간 몸담았던 언론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자식처럼 아끼며 모아온 스크랩북도 태우며 한줌 남아있던 미련도 접었습니다. 홀가분했습니다. 먼저 지인들께 본의 아닌 누를 끼치지 않아도 돼 편안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래 돈 보다 가치 있는 게 있지?’

결국 떠난 지 8개월 만에 다시 펜을 들게 됐습니다.
선배의 권유와 내 안의 끼, 충청리뷰는 뭔가 다르겠지 하는 어설픈 기대감 때문입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나의 소임은 무엇일까? 선배들이 지향하던 꺾이지 않는 붓의 정신, 인간과 지역에 대한 희망과 신뢰라는 화두를 반쯤이라도 배울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작금의 언론 현실도 이상적인 원칙만으로 헤쳐갈 수 있을지 솔직히 우려됩니다.

지역 언론을 돌아보면 노력하는 기자, 고민하는 기자, 올곧은 편집의 뒷면에는 상업주의, 자사 이기주의, 편파 왜곡, 자의적 보도 등이 잠재적 형태로 때론 노골적으로 판을 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느닷없이 생겨난 건 아닙니다. 언론사 난립과 국제통화기금 사태이후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해묵은 지역 언론의 곪은 상처가 터지면서 증세가 심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죽하면 선후배가 만나면 먼저 “월급은 제대로 받느냐”는 인사를 나누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라는 어구는 한낮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문제의 일차적인 책임은 그 종사자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에만 그 모든 책임을 돌리고 싶진 않습니다.정치, 경제, 사회 등 언론이 바탕하고 있는 환경이 그대로 반영, 투영됐을 테니까요.

우리 지역에 팽배한 서울 중심적 시각, 이를 테면 중화사상 비슷한 중앙지배 구조가 지역 언론의 토양을 말살시킨 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몸담은 리뷰 역시 이런 문제에서 독야청청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더 고민하고, 더 생각하고, 몇 걸음 물러서서 사물의 현상을 정확히 보려는 노력은 해왔다고 알고 있습니다.그 정신에 누가 되지 않도록 겸손하게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맡은 진천지역의 사람들 소식을 여과 없이 전하고, 문제점에 대해서는 소금처럼 비판하겠습니다. 수습기자의 초심으로 다시 신발 끈을 졸라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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