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의원 있는 洞만, 2008년엔 N분의 1
현안사업보다 의원들 선심성 예산으로 쓰여

경제특별도의 허상/재량사업비의 교활한 진화

충북도와 각 시·군 예산에 편성된 이른바 ‘의원 재량사업비’ 즉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의원들의 ‘표밭 관리’에 부응하기 위해 분배방식도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충북도와 청주시의 의원 재량사업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예산배정의 적정성, 사업집행의 투명성, 사업의 효과성 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충북참여연대는 “충북도와 청주시가 공개한 의원 재량사업비를 분석한 결과 도는 2006년 10억원이던 예산을 2007년 36억9700만원으로, 청주시는 12억8500만원이던 예산을 2007년 23억8000만원으로 각각 크게 늘렸다”며 “그러나 이들 예산이 집행 기준과 타당성 없이 집행되는 것은 물론, 수의계약률이 계속 높아져(충북도 2006년 46.7%→2007년 54.3%, 청주시 2006년 71%→2007년 78%) 집행의 투명성도 확보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량사업비는 예산이 공개되지 않아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선심성 예산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긴급한 현안사업 보다는 생색내기 공사가 많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 같은 생색내기가 가능한 것은 다른 예산항목과 달리 편성과정에서 충분한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 심의 때에도 총액 상태로 뭉뚱그려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재량사업비는 일명 ‘백지수표’, ‘지방의원 쌈짓돈’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는 지역구 1억, 비례 7000만원
지방사업비의 표면상 문제점은 ‘선심성 예산낭비’ 라는 것이지만 더 큰 문제점은 집행부와 의원 사이에 유착과 봐주기 의정활동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청주시의원의 재량사업비를 분석해보면 집행부와 의원들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교묘히 진화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12억8500만원이던 2006년에는 의원들의 주소지가 있는 동에만 5000만원씩을 나눠줬다. 그러다 2007년에는 이와는 별도로 상당구에 5억원, 흥덕구에 8억원 등 11억원을 배정해 23억8000만원으로 늘렸다. 이는 중선거구제의 특성상 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동네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8년에는 더욱 더 완벽한 ‘나눠먹기 시스템’을 갖췄다. 지역구 의원 1명당 1억원씩 23억원, 비례대표 3명에게는 7000만원씩 2억1000만원 등 모두 25억1000만원을 나눠주되 의원 몫 가운데 3000만원씩은 관내 30개 동사무소에 분배하는 형식을 취했다. 총액도 1억3000만원을 늘리고 의원과 동사무소가 함께 상승하는 ‘윈윈(WIN-WIN)’을 택한 것이다.

참여연대 이선영 정책기획국장은 “현행 생색용 시스템을 철폐하고 대상사업 선정부터 효율적이고 객관적 절차를 거쳐 추진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며, 예산 편성에 세목, 세출을 달아 예산에 포함시키고, 공개 심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 국장은 또 “서울과 경기, 경남, 울산, 강원도 등 타 자치단체들은 재량사업비를 폐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가지 문제와 오해들을 일거에 해결하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재량사업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할 구시대 유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예산처 CBO를 가다
닉슨 워터게이트 이후 집행부 견제 위해 구성
임면권 의회에 있고 정권 바뀌어도 임기 보장

▲ 미국 의회예산처 CBO는 집행부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처장에 대한 임면권은 의회에 있고 정권이 바뀌어도 임기가 보장된다. 사진은 미 국회의사당.
2007년 하반기 충북도와 충북도의회는 의회전문위원(5급 사무관) 증원(3명)을 둘러싸고 지루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충북도는 3명 가운데 2명을 일반직으로, 1명은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고집했고, 의회는 3명 모두를 계약직으로 뽑아야 한다며 버텼다. 결론은 2008년 1월에 계약직 2명, 일반직 1명을 채용해 양자가 절충하는 형태가 됐다.

도와 의회가 힘겨루기를 벌인 것은 의회 사무처에 대한 인사권에 의회가 도전한데 따른 것이었다.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1991년 부활됐지만 2006년 1월 ‘지방의원 유급제’를 실시한 것 외에 사무처에 대한 인사권 독립, 보좌관 제도 도입 등을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지방의회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유급제보다도 인사권 독립이나 보좌관제도 도입이 더 시급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의회민주주의의 역사가 깊은 미국사회에서 의회의 조직적 위상은 어떠할까? 7월22일~31일까지 실시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해외단기연수 과정에서 미국 의회예산처인 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 멜리사 머슨(Melissa Merson) 대외담당부국장과 만나 CBO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들었다. 

중립·공정성에 바탕, 예산 분석
CBO는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 1972년 이후 집행부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강화시키기 위해 1973년 만들어진 기관이다. 직원은 230여명이고 집행부의 예산조직인 OMB와 흔히 비교되곤 한다. 중립성, 공정성에 바탕에 둔 예산분석 평가활동을 지향한다.

CBO는 상하원 예산위원회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며 필요한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해서 후원하는 기구다. 예산실행과 점검에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주 임무.

우리나라 국회는 CBO 모델을 본 따 국회예산정책처(NAVO)를 지난 2003년 10월 신설했다. CBO와 NAVO의 차이점이라면 미국은 헌법상 의회가 모든 예산을 작성·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예산을 작성하고 국회가 집행·실권을 갖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단 미국의 경우 국가예산의 절반 이상이 사회보장제도, 의료보험에 투입되고 있어 행정부는 이 분야에 대해 매년 의회의 예산책정을 거치지 않고도 집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CBO처장의 임기는 4년이며 여야가 합의해서 임명하는데 정권이 바뀌더라도 임기는 끝까지 보장된다. 멜리사 머슨 부국장은 “전 처장이 중도 하차했는데 이는 자진해서 사퇴한 것이며 현재는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든 임기는 지켜진다”고 강조했다.

멜리사 부국장은 또 CBO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대부분은 의회에서 원할 때 과제를 수행하지만 가끔 모호한 주제인 경우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CBO는 계수전망을 하는 기관이지 경제전망 등 가치전망을 내놓는 기관은 아니다. 의회에서는 CBO 자료를 근거로 예산을 삭감하거나 세금을 인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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