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의 다리축제 취지 못살려
외지인 발길 뚝 그들만의 잔치 비판

아마 농촌출신의 40대라면 검정 고무신 신고 물장구치며 건너던 돌다리의 추억이 한 자락씩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개발과 편리성에 밀려 다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추억의 한 편으로 물러났지만 어릴 적 기억은 또렷할 것이다.
자연과의 충돌 없이 그 속에 여과되어 제 역할을 묵묵히 담당했던 돌다리.

그런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가 충북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세금천에 위치한 농다리가 바로 현존하는 최고의 돌다리이다.지금으로부터 천년전인 고려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76년12월20일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농다리는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유일한 다리라는 점에서 토목학계의 관심을 모으는 등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어떻게 만들어져 천년의 풍상을 견뎌냈을까?이 같은 의문은 방송사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세인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어쨌든 농다리는 선인들의 지혜가 깃든 자랑스런 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이 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한 축제가 지난 1-3일까지 세금천 일원에서 펼쳐졌다.
1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장수노인 다리 건너기, 축하공연, 피라미 낚시대회, 상여다리 건너기,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수중게임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전국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다리 축제란 독특성에도 불구하고 테마가 없는 그들만의 잔치란 소리가 높다.

지방자치제 이후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벌이는 향토축제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게 일반론이다.
초등학교 자녀들과 축제를 찾은 장소연씨(36 청주 율량중교사)는 “한 여름 밤에 조명아래 비친 농다리의 자태는 가히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줬다”면서도 “그러나 죽 늘어선 포장마차, 시끄러운 음악소리 등은 시골장터처럼 어수선해 아이들이 무슨 느낌을 받았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이 내세운 천년의 숨결,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신비의 다리라는 주제와 어울리는 행사도 부족했다는 평가이다.

이처럼 농다리 축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은 바로 예산 부족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천군은 당초 이 축제를 군 단위 행사로 승화시킨다는 계획으로 5천5백만원의 예산을 상정했으나 군의회에서 4천5백만원을 삭감, 절름발이 행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군의회 남명수의원은 “예산심의 때 읍면 이장단 협의회 등 주민 여론 수렴결과 차별화된 테마 없이 화랑축제와 중복된다는 소리가 많았다”고 당시 삭감 분위기를 설명했다.
개선될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농다리가 위치한 문백면 구곡리는 상산 임씨 집성촌으로 이들의 다리에 대한 애정은 각별나다.
사실 행정당국의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 당시 훼손된 다리를 보수하고 해마다 제를 올리는 등 실질적으로 보살핀 것은 바로 이들이다.때문에 이번 행사 역시 주민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입김이 세다보니 축제가 무슨 문중행사 같다는 시기 섞인 비난과 함께 행정기관과도 손발이 안 맞아 불협화음이 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임영은 구곡리 향우회 사무국장(40)은 “무대 장치비도 안되는 1천만원으로 무슨 행사를 치르겠냐”고 반문한 뒤 “여러 아이템을 계획했으나 돈 때문에 취소됐다”며 “그나마 이만큼 행사를 치른 것은 마을 분들의 열성 때문”이라며 일부 비판적 시각을 일축한다.

또한 행정당국의 농다리에 대한 관리 역시 축제에 앞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80년 이후 해마다 장마철이면 크고 작은 유실사태가 계속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처방 없이 땜질식 보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당국은 앵무새처럼 예산 타령만 되풀이하고 있다.
선조들의 천년 신비를 간직한 농다리.

요즘에는 KBS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종이학 그리고 MBC 가을엔 만난 남자, 노란 손수건, SBS 모래시계 촬영장소로 인기를 끈 농다리.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농다리 축제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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