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강태재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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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
강태재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 대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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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신문을 받아보니 1면에 사진 두 컷이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좌측에는 충남도의회의 "이명박 정부는 국론분열 초래하는 수도권 규제완화 즉각 철회하라"는 펼침막 글씨가, 우측에는 충북도의회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지방을 말살한다!"는 외침이 사진 속에 있습니다. 같은 충청권 도의회인데, 즉각 철회! 하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요구한 것과 지방 말살한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은 느낌이 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아래 머리기사를 보니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에 대해 "충북도와 충북도민의 성난 민심을 중앙당과 정부에 전달하고 충북과 지방발전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설득하는 '처절'한 노력을 통해 충북의 이익과 정서가 반영되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자(誤字)인 줄 알았습니다.

궁금해서 한나라당 충북도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더니 처절이라는 표현 그대로였습니다. 처절하다고 말할 때, 처절은 몹시 처량하다는 뜻의 처절(凄切)과 몹시 처참하다는 처절(悽絶)이 있는데요. 설마하니 처량하게 노력하겠다는 것은 아닐 테고, 처참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일진대 성명서 내용으로 보아서는 처참할 정도의 분위기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대해 보겠습니다. 얼마나 처절하게 투쟁! 하시는지.

지방은 죽이고 수도권만 집중 육성하는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 우리 사회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뻔히 보이는 졸속한 정책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 수도권 규제완화는 그간의 '공장총량제'를 무력화시키고 자연보전권역의 환경파괴는 물론 국토의 비효율적 이용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당장에는 경쟁력을 개선하는 반짝효과가 있을지라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결국에는 국가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사사건건 지난 정부의 정책과는 반하는 현 정부가 경제위기를 기화로 '국토균형발전정책'을 뒤집을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투기꾼과 재벌, 건설자본의 이익을 위해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폐기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지요. 우선 당장 건설경기를 살려 경기를 부양하고 싶은 정부의 얄팍한 속셈 때문에 국토이용계획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습니다.

지방의 경기침체가 더욱 심각한 터에 수도권 경기만 살리면 지방은 망해도 좋다는 말과 같습니다. 오죽하면 점잖게 말을 아껴 온 정우택 충북도지사조차 "재경부 차관이 수도권 기업투자로 발생하는 국가적 이익을 지방에 돌려주겠다고 언급했으나, 완전히 사탕발림이다. 수도권 이득을 지방에 나눠준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라고 비난하겠습니까.

그러나 국토해양부장관 경질이 정답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의 의중이 문제이지, 그까짓 장관 한둘 갈아치운들 뭣하겠습니까. '선 지방 육성'이라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이명박 대통령에게 따지든 책임을 묻든지 해야 합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이 대통령의 소신처럼 보입니다. 그분이 가장 잘 아는 분야가 건설이고, 그분이 몸담았던 곳이 건설재벌기업 아닙니까. 그냥 말로해선 가망 없습니다. 온 국민이 온 몸으로 나서 막아야 합니다. 여야도, 좌우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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