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립자 후손들의 대학총장 취임이 빈번해지자 대학사유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학교측 “외부인사 영입하려 했으나 마땅한 인물 없어”
지난해 12월 안광구 전 총장의 사퇴로 공석이었던 영동대학교 총장 자리를 설립자 2세인 채훈관(43) 금강학원 이사가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측에 따르면 재단인 금강학원(이사장 김맹석) 이사회는 지난 2월 19일 채씨를 총장으로 임명하고, 3월 14일 교육부에 서류를 제출했으나 아직 최종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채씨는 이사회 결정이 있던 지난 2월 19일부터 총장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취임식을 하지 않은 관계로 청주지역에는 이런 소식이 알려지지 않아 언론보도도 되지 않은 상태다. 취임식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학측 관계자는 “교육부에 총장 승인을 요청한 뒤 만일 하자가 있으면 2주내로 연락이 온다. 이것을 보고 취임식을 치를 예정인 것 같다”고 말해 최종 승인절차를 밟은 뒤 대외적으로 알릴 것임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외부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졸업식, 입학식 등의 중요한 학사일정이 잡혀 있는데도 마땅한 인물을 찾을 수 없어 이사회에서 채 총장을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총장이 ‘차후라도 유능한 사람이 있으면 자리를 내주겠다’고 말해 앞으로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광구 전 총장 사퇴후 총장 공석

지난 94년 개교한 이 학교는 영동공과대학, 영동공과대학교, 영동대학교 등으로 명칭을 변경해왔다. 그동안 총장을 역임한 인물로는 김재규, 안광구씨 등 2명. 김재규 전 총장은 개교 당시부터 2000년 말까지 6년 동안 총장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안광구 전 총장은 YS 정권 때 통상산업부장관을 지낸 사람으로 재단에서 명망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하자는 취지로 ‘모셔온’ 케이스.
그러나 안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청주대 총장 공모에 서류를 제출했다 설립자 3세인 김윤배 현 총장이 출마하는 바람에 뒤늦게 후보를 철회하는 소동을 겪고, 영동대 총장 자리마저 내놓았다. 안씨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청주의 유력인사가 직접 찾아와 수차례 후보등록을 권유하여 총장에 출마했다”고 밝힌 바 있고, 이 인사는 후에 모 언론사 대표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씨는 후보등록을 놓고 영동대 측과 전혀 상의를 하지 않아 ‘괘씸죄’로 물러났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후 이 자리에 누가 올 것인가 관심을 모았으나 김맹석 이사장의 아들인 채씨가 취임하자 지역에서는 결국 영동대도 가족체제로 가는게 아니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채 총장의 누나인 명륜씨도 법인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어 이사장, 총장, 사무국장이라는 주요 요직 세자리를 가족들이 차지한 꼴이 된 것.

서원학원 인수에 의욕보이기도

현재 채 총장은 형석 중·고등학교 재단인 형석학원 이사장을 비롯해 대자개발(주) 대표로 있고 김맹석 이사장은 뉴금강개발(주) 대표와 새한주택 대표, 채 총장의 부인인 신동윤씨는 정진토건(주) 대표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서원학원 재단인수를 희망하며 인수의향서를 학원측에 제출, 한 때 ‘금강학원이 서원학원을 샀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재단인수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때 서류상으로는 김맹석 이사장이 인수 희망자로 돼있었으나 실질적인 업무와 결정은 모두 채 총장 선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당시 서원학원측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금강학원측은 부채청산으로 100억원, 법인운영자금으로 50억원 등 총 150억원을 서원학원에 제시하며 예금 잔고증명서를 제출했으나 다음 날 예금액의 절반 가량을 빼간 사실이 알려져 교수들에게 결정적인 불신을 샀다는 것이 모씨의 귀띔. 또 간담회 자리에서 채 총장은 “본인이 와서 학원을 직접 운영하면 직원노조와 교수협의회가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며 노조와 교협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해 구성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결국 금강학원은 서원학원 구성원들의 반대로 학원인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인수의사를 공식 철회했다.
한편 영동대 관계자는 채 총장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반응을 묻자 “안광구 전 총장에 대해 강한 불신감이 쌓여 있던 터라 불만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견임을 전제한 그는 “설립자 2세가 총장을 맡을 경우 추친력과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전에는 총장이 결정해도 법인과 협의를 해야 했는데 요즘은 막바로 추진해 좋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문제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모든 사학이 안고 있는 문제 아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설립자가족 총장, 학원 사유화가 가장 큰 문제”
일부에서는 주인이 와야 한다며 찬성하는 여론도

청주대 김윤배 총장에 이어 채훈관씨가 영동대 총장에 취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지역에서는 학원의 사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내 대학의 K교수는 “설립자 가족이 교육의지를 실현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학원을 개인소유화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경희대, 한양대가 이런 측면에서 모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들 대학들은 교수협의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또 P교수도 “결국 자질의 문제 아니겠는가. 총장을 할 만한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단지 설립자 후손이라는 이유로 총장을 맡는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청주대나 영동대도 예외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이들을 찬성하는 쪽 사람들의 논리는 대체로 주인이 와야 투자도 많이 하고, 학교발전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내 모 대학 직원인 L씨는 “언제까지 재단 눈치만 보는 총장을 앉혀놓을 수는 없다. 아무리 덕망있는 총장을 데려와도 재단에서 자율권을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사립학교다. 그런 면에서 실세 총장이 현실적으로 낫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교라는 것은 설립해서 세상에 내놓는 순간 사유재산을 떠나 공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사학의 가장 큰 병폐가 학교를 ‘내 것’으로 생각하는데서 비롯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또 일부 총장 중에는 투자는 못할지언정 학교재산을 오히려 빼돌려 치부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설립자 2세, 3세가 총장을 맡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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