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물 먹은 기자들
노영원 HCN 충북방송 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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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물 먹은 기자들
노영원 HCN 충북방송 보도팀장
  • 노영원
  • 승인 2008.10.3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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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995년 한 지방일간지의 괴산 주재기자로 근무할 당시 괴산군의회 의장이 구속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장 구속에 앞서 비리를 처음 폭로한 신문은 경향신문이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로 따르고 있는 김영이 선배가 경향신문 사회면 기사로 처음 보도를 했고 그 기사를 본 저의 데스크에게 아주 심한 질책을 받았습니다.

괴산에 있는 기자가 의장의 비리를 몰랐으니 당연한 질책이었습니다.
특히 1명이 충북 전체를 맡는 중앙일간지 기자에게 괴산군만 맡고 있는 기자가 밀린 것은 백번 혼나도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언론사 기자가 특종 기사를 만들어내면 그 이면엔 데스크에게 된통 깨지는 기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기자사회에선 다른 언론사 기자에게 첫 보도를 빼앗기면 ‘물 먹었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물을 먹인 기자가 있고 물을 먹은 기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 때마다 뼈아프게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고 반드시 나도 물을 먹이겠다고 작정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반면 자기에게 물을 먹인 기자의 취재원(取材源)을 찾아가 항의하거나 그 취재원에게 보복하는 기사를 쓴다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사례는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기자사회에선 아주 흔한 사례입니다.
저 역시 다른 언론사 기자가 첫 보도를 했을 경우 그 기사의 내용을 제공한 취재원에게 퉁명스럽게 대한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칭찬하는 데 인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지나면서 저보다 한발 앞서 좋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보면 “참 훌룡한 기사였다”고 칭찬할 수 있는 여유를 찾고 싶습니다.

30대의 혈기 왕성한 시절엔 그런 여유가 없었지만 세월이 흘러 갈수록 저의 행동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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