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사회문화부 차장

사회분야 취재를 맡은 지 두 달이 지났다. 신문기자가 되고 5~6년 동안 사건을 담당하다가 또 그만큼 다른 분야 취재를 했고, 다시 돌아왔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새롭게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민주노총과 관련된 기사를 자주 다루게 됐다. 노동조합이 경영권을 인수해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우진교통의 내부 갈등과 차고지 문제를 다뤘었고 가칭 충북사회운동연대라는 상설 연대기구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는 기사도 실었었다.

이 두 기사는 민주노총 하면 떠오르는 ‘노동’ ‘진보’ ‘강경’ ‘투쟁’ 같은 단어와 비교적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대략 취재할 대상이나 소재를 정하면 직접 인터뷰 하지 않더라도 대략 기사 방향이나 내용의 가닥이 잡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 기사 말고 민주노총과 관련해 ‘청원군 금고 운용수익의 일부 학교급식 개선 사용 요구’와 ‘좋은 신문 구독과 조·중·동 절독’이라는 내용의 기사는 취재기자로서도 처음에는 의아하게 받아들일 정도였다.

좋은 중앙지와 지방지를 선정해 구독운동을 하겠다는 후자의 내용은 직접 취재를 하지 않았으니 차치하고 노동운동단체 민주노총이 자치단체 금고 운용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회의나 사안에 따라 협의체를 구성해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있지만 그때에도 사실 직접 연관이 없는 단체는 이름만 걸어놓는 정도에 그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그것도 충북지역본부 독자적으로 시군금고 운용수익에 대해 지역 환원을 요구하고 나섰고 그 활용처로 학교급식 개선을 제시한 것이다. 몇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민주노총 만큼 센(?) 조직이 흔치 않은데 청원군 골 아프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었고 또 하나는 왜 하필 노동단체가 군금고 문제에 시비를 걸고 나설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비슷한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었던 모양이다. 청원군 관계자도 ‘민주노총의 설립 목적와 취지에 맞는 주장인지, 그럴 권한은 갖고 있는지….’라고 말끝을 흐렸고 민주노총 실무자도 내부적으로 논란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비를 거는 주체가 누구냐 인가가 아니라 그 시비의 내용이어야 할 것 같다.

민주노총의 주장은 군금고 1년 운용수익이 40억원이니 25%만 환원해 학교급식 개선하라는 것이다.
물론 데이터의 정확도와 현실성을 따져봐야겠지만 고민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꼭 시군금고 운용수익을 특정분야에 사용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 기회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걷히고 생색내기 용으로 쓰여지는 각종 기부금들을 수면위로 들어올려 보자는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보금회처럼 예를 들면 지역체육기금이라든지 민주노총 주장처럼 학교급식지원기금이라든지 공식화 하자는 것이다.

재원은 시군금고 운용수익도 좋고 기업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내는 기부금을 대체해도 좋고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약간씩 부과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민주노총의 취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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