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거리 시장 터줏대감 김화진씨

육거리 시장 새벽2시. 낡은 구조물을 얹은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어둠을 가른다.
정체는 19년째 커피를 팔고 있는 이동 본다방 주인 김화진(70)씨. 모두들 단잠에 빠져있는 이 시간 김씨는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버거시 병을 앓고 있다.

말초동맥과 정맥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자칫 하면 발가락과 손가락을 절단 할 수 있는 불치병이다. 요즘 같이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는 더 악화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하루도 일을 놓을 수 없다는 김씨는 “난 즐거워. 19년째 새벽바람을 맞아서 그 맛을 잊지 못하지. 새벽시장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구경도 하고, 담소도 나누고, 막걸리도 한잔하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나한테는 일이 아니라 취미생활이라고도 할 수 있어”라며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육거리 시장에서 새벽6시까지 머물다 상당공원, 수동 인력시장을 거쳐 청주 공설운동장을 마지막으로 아침 8시까지 하루 70~80잔정도의 커피를 판다. 손님은 세상에서 하루를 가장 빨리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야채장사 할머니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김씨는 말했다. “힘든 일 하는 사람들이 내가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면서 잠깐이라도 웃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 물론 이른 새벽 관광 떠나는 손님들도 만나서 ‘팔자 좋다’생각도 하지만, 그때는 한 몫 단단히 잡을 수 있어서 좋아”라고 말하며 흐뭇해했다.

하루 5시간정도만 잠을 자면서 19년을 달려온 김씨는 이일을 너무 좋아했다. 오가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수신호로 인사를 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천진해보이기도 했다. 
20년을 채우고 일을 그만 두겠다는 김씨가 그 다짐을 지켜낼지 두고 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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