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훈장까지 받은 벤처기업이 유령 환경단체를 내세워 자사 공법을 홍보하는 내용의 공문을 관공서에 보낸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3월 충북도 건설교통국장 앞으로 '하천환경포럼'이란 단체 명의의 공문이 접수됐다. 공문내용은 수해복구 공사구간에서 하상 시설물인 콘크리트보와 가동보의 문제점을 설명한 것이다. 특히 10개 수중보 제작업체 실명을 거론하며 기능과 문제점을 비교평가한 것이었다.
 
평가내용을 보면 5개 분야로 나눠 명성테크, 중부산업, 대명산업, 청강하이텍, 오성수문 등 5개 업체의 방식은 한결같이 우수한 것으로 명시했다. 반면 ㅇ산업, ㅎ기공, ㅊ산업, ㅅ산업, ㄴ엔지니어링 등 5개 업체에 대해서는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취재결과 청주시 율량동 1805번지에 주소를 둔 '하천환경포럼'은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 단체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사무실을 방문한 결과 공문 작성자인 서모 기획실장은 없었고 '사무실을 일을 가끔 도와주고 있다'는 50대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3평 남짓한 사무실엔 책상 하나와 소파, 서너권의 책이 꽂힌 책장 하나만 덩그런히 자리잡았고 벽면에도 특별한 게시물이 없었다.

'하천환경포럼' 공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확인한 결과 (주)명성테크 한상관 대표가 직접 전화를 받았고 전화번호부상에는 청강하이텍(주) 번호로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하천환경포럼' 출입구에 게시한 부재중 안내문의 다른 전화번호를 확인한 결과 신청자는 명성테크 한대표로 확인됐다. 결국 '하천환경포럼'과 명성테크, 청강하이텍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었다.

특히 지난 2000년 설립된 청강하이텍은 명성테크가 자체제작한 홍보책자에 따르면 자회사로 명시됐고 최초 대표이사도 한상관씨가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대표는 지난 2000년 5월 특허청으로부터 발명대왕으로 선정됐고 동탑산업훈장을 수여받는등 지역 벤처기업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심천 수중보 신설을 둘러싸고 청주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유령단체인 '하천환경포럼' 명의로 공문을 발송한 3월말은 청주환경련에 형사고발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등 첨예하게 대립된 시점이었다. 결국 한대표는 '하천환경포럼'을 통해 시민환경단체의 목소리로 각색해 경쟁 회사 공법을 깍아내리고 자사 홍보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공문내용에는 "콘크리트보로 인하여 발생된 인위적 재난에 대한 손해배상의 전례가 있는 경기도의 일부 시·군과 같이 콘크리트보를 가동보로 개량하여 홍수피해가 줄어들도록 조처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게 되면 본 포럼에서는 홍수피해의 결과에 따라 그 결과를 면밀히 조사하여 국민들에게 밝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공표한다"고 명시해 담당 공무원에게 콘크리트보를 교체토록 노골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한상관대표는 "서실장은 잘아는 후배라서 내가 하천환경포럼에 고문을 맡고 있다. 정식으로 등록한 단체이지만 등록관청이나 시점은 말 할 수 없다. 서실장이 휴가중이라서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연결해 두는 바람에 내가 받은 것이다. 새로 설치한 전화번호는 하천생태학연구소에서 후원해 준 것이다. 전문가의 시각에서 각 회사의 공법을 면밀히 분석해 객관적인 자료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하천생태학연구소는 한대표가 조직한 단체이며 하천환경포럼 서실장의 핸드폰 전화번호를 확인하려 했으나 한대표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최근에 핸드폰을 쓰지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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