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눅옌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한 시간 반 공연끝에 '베트남에서 오신 여러분, 힘을 내시고 행복하게 사십시오'라는 말이 끝나고서였다. 눅옌의 손에 잡혀있던 다섯살 소년은 무대 위로 내달리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지난 16일, 충북민예총 국제교류 행사의 일환으로 보은군 문화예술회관에서 베트남 푸옌에서 온 예술단의 공연이 끝났을 때의 일이다. 무엇이 이들을 울게 만들었는가 아니 무엇이 이들을 감격하게 했는가 그 눈물이 환희의 눈물인지, 기쁨의 눈물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눈물 속에는 무시무시한 고통이 보석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음을 안다.

나는 공연 시작 전후에 베트남 여성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눅옌이라는 총명하게 생긴 여성의 말이 특별했다. 자기는 베트남에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괜찮게 직장을 다닐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병든 부모를 보다 못한 큰언니가 눅옌에게 한국행을 권고했다고 한다.

이유는 한국에 가서 시집을 가고 돈을 벌어 가난하고 병든 부모를 도와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망설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내자 한국에서 연락이 왔고, 신부찾기 여행단처럼 이십여명의 신랑 후보들이 왔고, 그 중의 한 신랑 후보는 돼지와 염소 몇 마리 살 수 있는 돈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한국의 보은으로 시집오던 날, 삼십여명 친인척들이 공항에 모였다고 한다. 평생 그렇게 많은 눈물을 처음 흘렸다고 말하는 눅옌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한국, 충청북도, 보은군의 사람이 되었다.

다행히 남편은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어서 한국생활이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온 베트남 여성 중에는 구타를 당하거나 멸시와 무시를 참다못해서 자살을 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천박하고 또 여성을 차별하는 줄은 몰랐다는 것이 눅옌의 한탄이었다.

그날 눅옌처럼 베트남 여성들은 기뻐서 울었고 또 슬퍼서 울었다. 고국을 그리워하며 울었고, 부모가 보고싶어 울었으며, 형제자매가 아련해서 울었다. 여기서 받은 설움과 저기서 당한 아픔이 펑펑 눈물로 흘러내린 것이다.

한국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의 인종차별이 매우 심각하다. 왜 한국인들은 프랑스인이나 독일인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친절하거나 정중한 반면, 베트남이나 네팔 사람들에게는 야비할 정도로 불친절하거나 거만한 것인가!

이것은 반드시 고쳐야 할 정신분열증세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베트남 여성도 한국인이다. 한편 이주노동자는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고마운 존재다. 유학이나 여행 등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평등하게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 특히 약자와 소수자인 베트남 여성들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한국인들은 다문화주의와 문화다양성의 정신으로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절대원칙을 지켜야 한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국인이 한국문화를 배우라는 동화정책(同化政策)보다는 한국인이 베트남 등 외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워 서로 존중하면서 어울려 사는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21세기 문화다양성의 정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향래 보은군수나 박성수 부군수께서 베트남어를 단 한마디라도 하는지 궁금하다. 충북에는 베트남 출신 여성이 많다. 따라서 자치단체장들의 열린 국제화지수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문화를 습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거꾸로 한국인이 베트남 문화를 습득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베트남 사람이 김치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인이 베트남 쌀국수를 만드는 것이다. 그럴 때 베트남에서 온 눅옌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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