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쇼(show)는 ①구경거리 ②(연극)노래와 춤 따위로 화려하고 재미있게 꾸민 무대의 구경거리 ③전람회나 전시회. 쇼-하다 등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마도 쇼의 본래 의미는 구경거리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위 사전풀이에서도 보듯 "괜히 쇼 하지마"할 때의 쇼하다는 말은 거짓으로 꾸며 한다는 다소 부정적 의미가 들어있기도 하다.

요즘에야 아예 내놓고 쇼를 하라고 부추기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쇼란 무대에서 벌어지는 구경거리일 때가 가장 제격이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08 문화의 달' 개막식 공연이나 지난 번 '직지축제' 개막식은 한 편의 버라이어티 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요즘에는 쇼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너나할 것 없이 이벤트(event)라는 용어를 갖다 댄다. 이벤트는 사건이라는 뜻으로 ①운동경기 ②불특정의 사람을 모아 놓고 개최하는 행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쇼와 이벤트는 다른 말이지만 옛날 쇼가 요즘엔 이벤트라고 바뀐 것은 아닌지. 그러나 앞에서 말한 개막식이 쇼에 가깝다면 이번에 재현한 '청주줄다리기'는 쇼보다는 이벤트라야 옳을 것 같다.

충북민예총이 여러 해 공을 들여 유치한 문화의 달 행사가 성황리에 끝났고, 특히 88년 만에 재현했다는 청주줄다리기는 우리고장의 중요한 민속이었다는 학술세미나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큰 행사였다.

청주시장과 시의회의장 그리고 많은 시민과 공무원들이 함께 하는 가운데 문화의 달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상당공원과 충북대에서 출발한 동군(수줄), 서군(암줄)이 청주예술의 전당 광장에서 만나 한바탕 풍악을 울리고 줄짝짓기를 한 연후에 세 차례나 겨루었다. 관전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줄을 당길 때마다 서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따라서 내년 농사는 풍년이 들고 지역경제도 되살아나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 진다. 암줄인 서군이 일방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의도적으로 그렇게 승패를 결정한다지만, 이날의 대전은 의도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더욱 그런 믿음을 갖게 한다. 설혹 누구라서 땡길 욕심 아니냔대두 그렇다.

땡긴다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본래 우리나라 여러 고장에서, 충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벌어지던 이 민속은 '줄다리기'가 아니라 '줄당기기'가 맞는 말이다. 줄을 당기는 것이지 줄을 다린다는 말은 고장말(사투리)이다. 고장말을 존중하기로 친다면 '청주 줄 땡기기'가 옳다는 노학자의 주장은 당연한 말씀이다.

또 이번처럼 충주 목계에서 줄을 빌려와서 일회성으로 문화의 달이라는 문화행사에 공연하는 것은 그저 행사, 이벤트이지 진정한 의미의 민속이 아니라는 지적도 그렇다. 민속이라면 일정한 시기와 장소 그리고 지역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청주 줄 땡기기가 1920년 이후 명맥이 끊긴 것으로 알지만, 실은 1987년 충북대 대동제때, 90년대 모충동에서 각각 재현한 적이 있고, 최근에도 소규모나마 단편적으로 줄땡기기가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청주의 줄땡기기는 마음먹기로 되살릴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소규모라도 본래의 과정, 즉 줄땡기기의 '시기-장소-편 나누기-줄 만들기-줄 옮기기-줄 짝짓기-줄 당기기-줄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으로 행해 오던 과정에 충실하면서,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지역성을 살릴 때 청주의 명물로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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