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상 청원군농민회 사무국장

농민들은 이번 ‘쌀직불금 파동’을 지켜보면서 두가지의 반응이 있다. 터질게 드디어 터졌고 이번에 확실히 파헤쳐 봐야 한다는 반응과 파헤쳐봐야 결국 농민만 피해(?)를 보게되니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가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모두 문제해결에는 큰 기대를 보이지 않는다.

이미 농촌에서는 쌀직불금 부당수령문제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어쩔수 없이 그냥 묻고 지내왔다. 소작농이 많은 농민들에게 임대하여 경작하는 경작지(논)가 없어진다는 것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과 같다.

특히 정부에서는 입만 열면 규모화를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면적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농민들은 “옛날에는 논 10마지기만 농사를 지어도 아이들 대학 가르치고도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50마지기를 지어도 학비는 커녕 먹고살기도 힘든 시대가 되었다”며 농사지어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등 떠밀려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용하여 부재지주들은 농민들끼리 누가 더 안좋은 조건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나 경쟁(?)을 시켜왔던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농민들의 사고방식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이는 농민들의 사정을 너무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결국 파헤쳐봐야 농민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걱정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어느 농민은 “만약 부재지주들이 ‘우리가 직접 농사를 지을테니 그동안 부치던 논을 내놓으시오‘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하는 한탄을 하며 차라리 ”직불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당장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고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쌀직불금을 돌려주어야 한다며 방송되고 있는 ‘직불금 부당수령’ 뉴스를 보면서 ‘직불제가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고민하는 농민들이 있으니 문제해결의 방향이 올해 쌀 생산비는 작년에 비해 최고 40%까지 올랐다. 비료값, 기름값이 두 배이상 올랐고 모든 농자재 값이 올랐는데 쌀값은 제자리 이거나 정말 ‘쥐꼬리만큼’만 올랐다. 그러니 농민들은 땅 파서(?) 쌀을 팔라는 것인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쌀값을 올리면 안된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정부가 쌀값안정에 개입할려면 농민들의 쌀생산비 보장에 먼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직불금은 소득의 12%를 지불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선진국들은 모두 50%가 넘고 있으며 각종 명목의 직불금들이 지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쌀값이 국제경쟁력이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농민들은 그나마 12%의 직불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니,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농사짓는 농민들 중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셈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문제의 해결을 위해 농지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문제를 더 악화시키자는 것이다. 농민들보고 노예가 되라는 것과 같다. 우선 농민들이 마음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가격 걱정없이 농사짓게 하기 위해서는 쌀가격에 대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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