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정치경제부 기자

“우리 집 새주소 아세요?” 기자는 얼마 전 지갑을 분실해 신분증을 새롭게 발급받아야 했습니다. 동주민센터를 직접 찾아 재발급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며칠이 지나 새 주민등록증을 찾아가라는 휴대폰 문자 서비스를 받았죠. 발급유무를 친절히 알려주는 앞서가는 행정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즈음 청주시의 새주소 사업에 대해 취재를 하던 기자는 ‘우리 동네 새주소 사업의 현주소는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당연히 새롭게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의 주소를 확인해 보니 ‘옛 지번주소’ 그대로였습니다. 기자는 새 주민등록증을 발급해 준 동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새 주소를 묻게 됐죠.

담당 공무원은 ‘새주소 정보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모르겠다’며 ‘청주시에 확인해 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기자가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에 해당 공무원은 곧바로 말을 바꾸어 ‘확인해 10분 안으로 알려 드리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실제로 10여분 뒤 해당 공무원은 친절하게도 휴대폰 문자로 기자의 집 새주소를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가 정부의 새주소 사업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 11년. 연간 1억 5000만원 상당을 투입해 20억 상당을 새주소 사업에 쏟아 부었음에도 청주시 행정의 말초신경이라 하는 일선 동주민센터에 ‘새주소 정보시스템’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나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정부는 새주소 사업 10여 년 동안 무려 2700억여원을 쏟아 붓고도 정착시키지 못해 내년에 1600억원을 또다시 새주소 사업에 쓴다고 합니다. 청주시도 일찌감치 7개 시범지역에 포함돼 새주소 사업을 펼쳐왔죠. ‘혈세 낭비론’은 차치하더라도 시는 ‘강산이 한번 변하도록 무엇을 했나’라고 묻고 싶습니다.

물론 일제강점기부터 100여 년 동안 익숙해져 온 지번주소를 하루아침에 바꿔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2012년이면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새 주소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더 큰 혼란이 올 것은 뻔한 일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새주소 도로명 표기에 관한 법률’ 을 제정했습니다.

2011년까지 병기 사용이란 유예기간을 두고 그 이후부터는 새 주소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는 도시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번주소의 배열이 불규칙해져 생기는 물류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죠. 즉 새주소 사업은 반드시 정착시켜야 하는 국가사업입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와 시민의 무관심이 수년간 혈세를 쏟아 붓고도 새 주소를 정착시키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청주시 홈페이지에는 새주소 검색시스템이 가동 중이지만 제대로 된 검색은 안 되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청주시민들의 대의기관인 청주시의회의 시의원 26명 중 65.4%(17명)가 새 주소에 대해 모르고 있습니다. 이는 해당 자치단체의 홍보부족도 있지만 새 주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족하다는 단적인 예입니다. 실제 한 시의원은 ‘새 주소를 몰라도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청주시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한해 앞당겨 내년부터 새 주소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고 합니다. 2012년부터는 생활 속의 모든 공문서가 새 주소로 표기되는 만큼 이제 새 주소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어쩌면 새 주소를 몰라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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