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동의 없는 사업 수용 못해” 반발
박수광 군수 ‘찬반투표’ 중재도 힘 못 써

음성군 삼성면 내 3개 법정리 주민들이 농가의 노동력과 경영비를 절감시키기 위한 경지정리사업을 되레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이 지역 농민들이 원하지 않는 경지정리를 주민 동의 없이 농촌공사가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 농촌공사 음성지사가 대구획경지정리사업 대상지역을 선정하였으나 이 지역 주민들이 경지정리된 곳을 52억원이라는 정부예산을 들여 다시 할 필요가 없다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농촌공사 음성지사(지사장 김종훈)는 삼성면 덕정·선정·천평리 일원 107ha를 대구획경지정리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여 필지 규모를 크게 하고, 용·배수로의 콘크리트 시설과 농로의 폭을 넓게 하는 등 영농여건을 현대화하여 우리 쌀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대구획 경지정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획 경지정리사업은 농로가 협소하고, 농업용수가 문제되거나 수리시설이 낙후된 지역을 기계영농을 할 수 있도록 농지를 개량하는 사업이다.

이 지역 경지정리를 반대하고 있는 주민 가운데 한 주민인 이기호씨는 “농촌공사가 선정한 덕정·선정·천평리 일원의 삼성지구는 이미 예전에 경지정리가 되어 있는 곳으로 지역민들이 기계영농에 전혀 불편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현재 대구획경지정리사업의 대상지역은 이미 경지정리사업을 하여 비교적 논들이 반듯하고, 기계영농에 전혀 불편이 없는데 굳이 52억원을 들여 주민들이 원치 않는 사업을 강행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상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게 된 농촌공사 관계자는 “최근 이 지역에 인삼공사가 들어서게 됐는데, 이 인삼공사가 입구에 위치한 농지를 높은 가격에 매입하였는데, 이 때문에 경지정리사업 대상 지역의 농지를 소유한 농민들이 땅값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지정리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은 삼성지구 경지정리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지난 9월30일 음성군청을 항의 방문해 박수광 음성군수를 만났다. 이날 박수광 음성군수는 농촌공사 관계자가 있는 자리에서 중재안을 내놓았다.

앞으로 일주일 이내 찬반투표를 하여 과반 이상의 득표를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로 하여 양측 모두 이에 합의하게 된 것.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는가 싶었지만, 농촌공사측이 농지를 소유한 인명부를 경지정리사업을 반대하는 주민에게 제공을 거부하면서 대상 주민들에게 찬성동의서명을 받으러 다녀 주민의 반발을 사게 됐다.

일주일 이내 찬반투표를 하기로 합의한 농촌공사가 투표는 않고, 밤낮으로 찬성동의서명을 받으러 다닌 것에 불만을 갖게 된 경지정리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 20일 20여명이 음성군청을 다시 항의 방문했다.

다시 중재를 하게 된 박수광 군수는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며 반대추진위원회와 찬성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평하게 투표할 것으로 권했다. 하지만 찬성추진위원회 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찬반투표를 원하는 반대측과는 달리 농촌공사는 찬성동의서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촌공사는 지난 몇 개월동안 대상농가의 찬성동의서를 받아 왔다. 현재까지 총 119명을 받아 전체 농가의 56%에 해당하는 찬성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35명이 찬성과 반대를 중복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기호씨는 “경지정리를 반대하는 반대동의서명 92명을 받아 음성군청 민원실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요즘 농삿일로 한창 바빠서 반대동의를 제대로 받질 못해 이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이렇게 서명을 받아 음성군청에 제출하였는데, 이를 복사해 농촌공사는 반대하고 있는 이들에게 찬성동의를 역으로 받고 있다”며 “이러면서 농지를 소유한 인명부를 열람만 시킬뿐 주민의 갈등을 일으킨다는 핑계로 인명부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지정리 대상지역 지주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반대서명을 받고 있는 이기호씨는 “누구를 위한 경지정리사업인지 모르겠다”며 “농민이 싫다는 사업을 억지로 추진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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