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복 호죽노동인권센터 노무사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올해 들어서 쏟아내고 있는 발언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주로 노동관계법의 문제와 관련된 발언인데 그 범위가 넓고 거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발언들이 신중치 못하거나 매우 기업 편향적이어서 우려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이 장관은 대통령에게 알리안츠생명의 지점장 노조 가입은 불법이라고 보고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서는 지점장이 총무에 대하여 1차 근무평가 권한만을 가지고 있고, 복리후생 등을 결정함에 있어서 특별한 권한이 없고, 상급자의 업무지시를 받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지점장의 노동조합 가입은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이 장관은 올해 4월 30일 외국인 투자기업 최고경영자들과 모임에서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하고 있고 기업의 재량권을 상당히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또 임금협상을 2~3년에 한번 하는 방향으로 제도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9월에는 리본만 달아도, 조합원 조끼만 입어도 노동자를 징계하라는 지침을 내린 사실이 있어 노동계로부터 노동부장관이 아니라 전경련 노무부장으로 전락했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지난 10월 7일 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라갔다”며 “최저임금이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에 어려움을 야기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그리고 급기야는 내년 7월이면 고용기간 2년이 되는 100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사용기간을 3~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용기간을 늘리는 것이 정규직 전환을 넓혀준다는 황당한 논리는 재계에서도 배를 잡고 웃을 일이다.

이영희 장관의 계속되는 발언들을 보면 도무지 균형감각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며 특히나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려는 노동부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조차 함부로 말을 한다는 악평을 하는 실정이다.

이영희 장관의 발언은 신중치 못하고 지나치게 기업 편향적이라는 것이라고 평할 수 있겠는데 그냥 절제되지 못한 개인 생각이라고 슬쩍 넘어가기에는 정말 우려스러운 것이 있다.

그 발언의 전부가 사실 그 동안 재계에서 꾸준하게 주장하여 왔던 것이고 그 주장을 이영희 장관이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가지고 있는 직책의 비중과 이명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볼 때 조만간 노동관계법의 대폭적인 정비로 이어질 것이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

‘부산지방노동청이 국정감사 결과를 국정원·경찰청에 보고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국회 환노위의 국정감사 직전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은 “통상적인 업무협조”라며 “국정원·경찰청에 보고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국정원·경찰청 공식 보고기관인 것처럼 문건을 만든 것은 실무자의 실수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노동부가 6개 지방노동청에 내려보낸 ‘수감준비 총괄계획’에 국정원·경찰청에 수감 결과를 직접 전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단순히 실무자 책임으로 몰고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IMF 이후에 기업 규제 완화라는 명분을 갖고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노동법이 친기업적으로 변해 왔고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할 수 없이 커지기만 했다. 비정규직의 고통은 더 이상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그런데도 노동부 장관의 눈에는 기업만 보이고 그 속에서 소리 없이 일하는 노동자의 아픔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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