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대표이사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마침내 사퇴했다. 쌀 직불금 부당수령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계속 버티다 당청의 강경론에 무릎을 꿇었다.

특히 이 차관의 퇴장이 충북도민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충주 출신 고위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재직때부터 MB측근으로 분류된 이 차관은 고졸(충주여고) 학력으로 공직에 입문해 독학으로 대학 박사학위를 2개나 따낼 정도로 열정적인 공직자였다. 이 차관은 ‘강부자’ 시비와 거리가 멀면서도 ‘민감 부위’인 부동산 문제를 안이하게 다뤘다가 호된 역풍을 맞게 됐다.

MB정권 출범직후에는 역시 충북 출신인 이춘호 전 여성부 장관 후보가 중도사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이 후보(신고재산액 45억8197만원)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유방암이 아니라는 진단에 대해 남편이 선물로 오피스텔을 사줬다”고 말해 여론의 공분을 자아냈다. 청주여고 출신인 이춘호씨는 장관후보 낙마이후 방송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활동 중이다.

결과적으로 새 정부의 유일한 충북출신 장관 후보와 현역 차관 4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 차관이 모두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이밖에 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후보,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도 중도하차하다보니 최근 청와대 출입기자실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씨 빼고는 여복이 참 없는 모양”이라고 우스갯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는 것.

이제 MB정부 산하에 충북 출신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조중표 국무총리 실장, 김영호 행정안전부 제1차관, 정종수 노동부 차관 등 3명이 남게 됐다. 한 줌밖에 안되는 지역 출신 고위 공직자 가운데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이들이 연거푸 불명예 퇴진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하고 허탈할 뿐이다.

정부 고위급 인사 때마다 ‘지역 안배’ ‘충북 홀대’를 지적하는 지역 언론인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떼쓰듯 해야 그나마 다음 인사 때라도 충북의 몫이 반영될 수 있다는 노림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보도태도에 대해 일부 언론단체에서는 ‘지역주의 부추기기’라는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혈연-지연-학연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종속변수다. 몇십억 예산의 동네 숙원사업부터 몇십조 부가가치를 지닌 국책사업을 따낸 충북의 성공담 뒤에는 유력 인사들의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은 정치인이 아닌 고위 공직자 신분이기 때문에 지역 언론도 선뜻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었다.
충북도는 최근 서울 모호텔에서 지역 현안사업 해결과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충북 출신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 4급 이상 공직자 200명 가량이 모여 정우택 지사와 실·국장들의 간청(?)을 듣는 자리였다. 실제로 중앙부처 예산관련 부서 4급 공무원이 지역구 국회의원보다 더 막강한 예산배정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 진출의 등용문인 충북 출신 고시 합격자는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과거 1~3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행정고시 출신의 ‘고위 공무원단’에 충북 인맥이 끊길 지경으로 인력풀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 인사권자들 사이에선 ‘충북 출신은 일부러 찾아 쓰려고 해도 사람이 없다’는 비아냥도 들여온다. 올해 충북도가 1000억원 기금확보를 목표로 ‘충북인재양성재단’을 설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려울 때일 수록 사람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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