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9일 14명의 여성들의 목숨을 앗아간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번 화재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부 책임있는 관계자들은 ‘잠이 덜 깬 종업원들의 실수’ 혹은 ‘소방안전 미점검’등으로 피해자가 늘어났다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밝혀진 것은 밖에서 잠긴 ‘감금구조’ 때문이었다. 2000년 발생한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으로 5명의 여성이 숨진 지 2년이 지난 오늘 또다시 발바닥의 살점이 타들어가고, 독가스에 질식되어 숨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동안 경찰은, 검찰은,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이미 2000년 군산화재참사에서 한국사회의 성매매의 심각한 실태가 분명하게 밝혀졌다. 성매매여성을 통제하는 거대한 범죄조직, 성매매관련 범죄조직과 관련 공무원·경찰공무원의 유착관계, 성매매업소를 통해 벌어들이는 엄청난 이득, 직업소개소를 통한 인신매매, 감금과 협박과 같은 성매매여성들을 길들이기 위한 폭력의 심각성 등. 이번 화재참사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동안 성매매업소에서 성매매여성들을 감금하기 위하여 설치하였던 쇠창살이 이제는 두꺼운 합판으로 바뀌었을 뿐 성매매여성들이 감금되어 노예같이 착취되고 있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매매를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못했고, 한국의 남성위주의 문화는 성매매를 당연시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성매매를 사회의 필요악으로 생각했고, 성매매 문제를 성매매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곤 했다. 2000년 9월 군산화재참사 이전까지 한국정부와 사회는 성매매문제에 철저하게 무관심하였고, 이러한 상황속에서 피해자들은 어떠한 지원과 구조도 기대할 수 없는 인권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성매매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일부 여성을 희생양 삼아, ‘선불금’을 지불하고 인신매매를 일삼으며, 감금, 폭행, 협박, 착취를 통해 여성의 성을 상품으로 판매하여 이득을 챙기는 성산업 종사자들이 저지르는 범죄이다. 남성의 성욕은 절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성을 사는 남성들의 행동은 슬쩍 눈감아 버리고 피해여성들을 잡아가두는 사회 풍조가 저지르는 범죄이다. 인간의 성마저 상품으로 뒤바꾸어 산업구조에 편입해 두고 있는 우리 사회가 저지르는 크나 큰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여성단체는 올해 가칭 ‘성매매알선등범죄의처벌및방지에관한법률안(이하 성매매방지법안)을 만들어 입법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현행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있지만, 이 법은 매춘여성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어서, 여성들이 포주나 손님들에게 인권침해를 당해도 자신이 범죄자이기 때문에 신고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의 대체법으로서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고자 하는데, 이는 ‘성매매 된’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성매매관련자들에 대해 단순 형사처벌이 아닌 강력한 법적 처벌을 강조하여 성매매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지역의 성매매 실태에 대한 조사, 성매매예방을 위한 연구, 성매매 피해자보호를 위한 시설설치 및 서비스 제공, 관계공무원에 대한 직무교육, 성매매 예방교육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해야 이 법의 목적이 비로소 달성될 것으로 본다.
/ 이현희 (충북여성민우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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