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정치경제부 기자

늦더위가 지나고 연일 화창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결혼시즌과 맞물려 본격적인 이사철도 시작됐다. 아파트 단지마다 들어가고 나가는 이사차량으로 혼잡하다. 개중에는 살림살이를 늘려 이사를 가기도 하지만 가계 빚이 커져 작은 평수로 이사 가는 경우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중개수수료율 인상 계획을 밝혀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지금 같은 불경기에 중개수수료율 인상이라니….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이 같은 인상안을 발표하자 충북인뉴스 게시판에는 한 네티즌이 ‘지금도 이사 가려면 이삿짐센터 지불비용보다 중계수수료가 더들어가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돈 없고 집 없어서 이사 자주해야 하는 불쌍한 서민들 성질 건드리지마라’는 성토의 글이 올라왔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중개수수료율을 현행 1.8%(매도자 0.9%, 매수자 0.9%)에서 3.0%(매도 1.5%, 매수 1.5%)로 1.2%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 정부와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또 거래가격대별로 현행 각각 0.5%, 0.4%로 돼 있는 6억원 미만 주택의 중개수수료율은 0.9%로 상향해 일원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신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기초수급생활자가 5000만원 이하 매물을 중개할 경우 무료중개 해준다는 안을 발표했다. 최저 2배에서 최대 3.3배가 인상된 금액이다.

그러나 수요자들은 이 같은 수수료율 인상 방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금도 받을 만큼 받고 있다는 것이 시민들의 생각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어떨까.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인상안 발표를 환영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요율 인상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더욱 둔화시킬 것이라는 반응과 직거래 활성화로 부동산중개사무소 이용률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한 부동산중개업 종사자는 “서민들이 거래하는 6억 미만의 물건에 대해서는 현행으로 받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거액의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인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나름의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요율 인상안보다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줄이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부동산중개사무소의 구조조정안도 제시했다.

투기지역일수록 부동산중개사무소는 증가한다. 몇 해 전 공주시 장기면에는 2개뿐이었던 부동산중개사무소가 행정수도 이전설이 퍼지면서 순식간에 40개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청주지역도 지역 부동산 경기에 비해 너무 많은 수의 부동산중개사무소가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기에 일명 부장이니, 실장이니 하는 자격증을 획득하지 않은 직원들까지, 부동산중개업 종사자 수가 필요이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잇단 엇나가는 경제정책에 민심이 흉흉한 이 때, 지나친 집단이기주의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사철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기사가 불법중개행위다. 중개수수료 과다징수 등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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