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편집국장 직대

공무원들에 대해서 골프장 금족령이 내려졌던 시절이 있다. 본인 스스로 골프장에서 야합을 성사시킨 뒤 이를 바탕으로 집권한 김영삼 정부가 그랬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공무원이 골프를 친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냄새가 나는 대가성 접대골프만 아니라면 말이다.

13일 주간업무보고 자리에서 남상우 시장이 크게 화를 냈다. 몇몇 기술직 간부들의 ‘부적절한 골프’에 대해서 뭔가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했던 모양이다.

남 시장은 “최근 기술직 간부들이 골프장에 자주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돈다. 심각한 문제다. 무슨 돈이 있어 그렇게 다니냐. 업자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소문났다. ‘깨끗한 공직생활을 하라’는 시장의 말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남 시장은 또 “감사관은 시장의 얘기가 없더라도 그런 소문이 돈다면 골프장에서 차적을 조회하고, 얼굴도 아는데 못할 것도 없지 않느냐. 시장이 업자 돈을 받지 않는다는데 간부들이 손발을 맞춰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남 시장이 이처럼 강하게 경고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취임 이후 스스로도 골프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 시장은 정우택 지사와 청주 부시장 임명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지난 6월 초에도 충청리뷰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도 골프나 치러 다니고 쉬엄쉬엄해도 (시장을) 못할 것 없다. 일을 하려니까 중앙부처 공무원을 데려오려는 것”이라며 사실상 골프를 좋아하는 정우택 지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공교롭게도 정 지사는 지난 4?총선 당일 청년 경제인들과 골프를 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던 터였다.

사실 단체장들이 공무원들에 대해서 부적절한 골프를 강력하게 제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떳떳해야 한다. 주말이나 휴일에 이해관계가 없는 지인들과 골프모임을 갖는다거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공적인 목적으로 골프를 친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냐는 얘기다.

그런데 듣자하니 당선이 된 뒤에 오히려 골프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 단체장도 여럿 있다고 한다. 한 단체장은 부하 공무원이 이른바 채홍사(彩虹使) 역할을 하며 짝을 지어주는 지역의 기업인들과 틈만 나면 골프를 쳐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주 충청리뷰에는 문화예술회관 공사를 맡았던 업체 대표와 준공 직후 골프를 친 모 군수에 대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해당 군은 180억원이던 공사비를 220억원으로 증액해 ‘오비이락(烏飛梨落)’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는 지역의 기업인, 지방선거 당시 참모들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해외원정 골프를 다녀온 단체장도 있다. 단체장을 사이에 둔 기업인과 선거참모의 동행이 무려 20여명에 달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정상적인 조합으로 보기는 어렵다. 도대체 골프가 얼마나 재미있기에 이렇게 체면을 무시하고, 때로는 양심마저 팔아먹은 채 필드로 나가게 되는 것일까? 골프채를 잡아본 적이 없는 터라 사실은 궁금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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