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단체 제안, 10년 만에 재야단체 부활
방향·범위·수위 등 이견, 성사 여부에 관심 집중

‘이명박 정부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상설 사회운동 연대기구를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 소위 전선운동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며 시민운동 또는 부문운동으로 성장한 사회운동이 10년 만에 재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대중 정부 이후 사라진 재야세력의 반정부 목소리가 다시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충북에서도 사회단체들은 이명박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상설 사회운동연대 결성을 제안하고 나서 성사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민교협, 청주청년회, 여성민우회 등은 이달 초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에게 충북지역 사회 운동의 공동대응과 투쟁을 위한 ‘상설 연대체’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서너차례의 대토론회를 거쳐 빠르면 이달 말 가칭 ‘충북 사회운동연대’의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안대로 사회운동연대가 출범할 경우 반 이명박과 반 신자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각종 정부 반대 운동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지역 단체들의 시각차가 크고 특히 시민단체의 경우 반 정부 활동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어떠한 결말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반대 목소리 높여

사회운동연대 건설 제안은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영어몰입교육, 한반도운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공공부문의 사유화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성봉 민주노총충북본부 대외협렵부장은 “전세계 금융위기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전세계적 위기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종부세 인하, 민영화 추진, 언론장학, 공교육 파괴, 근거없는 경제 낙관론 등만 펼쳐지고 있다. 대규모 촛불집회에서도 나타나듯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지 못하고 국민적 지지를 받지도 못하고 있다. 상설 사회운동연대를 건설해 새로운 대안을 제출하는 활동을 적극 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회운동연대를 통해 공공·언론·교육 등의 사유화 저지, 비정규직 철폐, 대운하 관련 정책 저지, 한미FTA반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저지, 6·15 10·4 남북선언 이행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80년대 충북민족민주운동연합(충북민연)이나 민주주의민족통일충북연합과 같은 재야단체가 부활하는 것이다.

이는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감시·견제로 대표되는 시민운동, 환경·여성·노동 등의 부문운동이 ‘반 이명박’이라는 대명제로 단일화 되는 것이어서 그동안 진행돼 왔던 각종 활동에도 커다란 영향이 미치게 된다.

수면위로 떠 오른 ‘재야’

80년대 재야운동이 군사정권·독재 타도 등 민주화를 전면에 내걸었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회운동연대는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 반대가 핵심 의제가 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사회운동연대를 고민하게 된 데에는 촛불집회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반 서민성과 반 민중성 나아가 신자유주의 드라이브 정책이 선을 넘었고 이에 민주·진보진영이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운동 차원의 활동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판단을 했다. 충북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사회운동연대와 같은 고민과 논의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와 같이 구호성 짙은 반정부 활동에만 전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역의 현안인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만 하더라도 지금까지는 지역차별 또는 홀대로 받아들여졌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의 단면이다. 단순히 지역차별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현 정부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과 활동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뿐 아니라 청주공항 민영화 움직임, 기업·혁신도시 건설 문제 등도 같은 차원에서 대응하게 돼 시민단체를 포함한 사회운동 세력이 단일한 틀에서 공동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사회운동연대 실현가능성 ‘반반’

하지만 ‘이명박 반대’를 전제로 한 사회운동연대 건설이 제안대로 현실화 될지는 미지수다.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별로 입장이 달라 이들이 목표하는 높은 수준의 연대기구 건설이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 A씨는 “지난 10여년 동안 소위 재야 운동 대신 시민운동이나 부문운동이 뿌리를 내렸다. 이는 정부나 자치단체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시민 권리 향상 등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이명박이나 반 신자유주의의 틀에 모든 시민·부문운동을 묶는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경계했다.

A씨는 “현 정부의 정책이나 철학이 대단히 시민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같은 테이블에서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희망적이다. 다만 구체적 정책이나 사안이 활동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도 사회운동연대 참여단체들을 ‘반 이명박’으로 통일화 하는 데에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B씨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공통의 목소리를 낼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참여단체들의 의견차이가 생각보다 큰 것이 사실이며 또 그들이 지금까지 해 온 활동들이 반 이명박이라는 단일 의제로 포괄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깊은 고민 없이 반 이명박만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사회운동의 저변확대에도 큰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반대에서 통일운동까지
충북지역 사회운동 계보

가칭 충북 사회운동연대가 건설될 경우 90년대 중후반 활동했던 ‘민주주의민족통일충북연합’ 이후 10여년 만에 재야운동의 맥이 살아나는 것이다.

정권 퇴진과 통일운동을 주로 펼쳐왔던 충북연합 이후 재야세력은 시민단체와 노동·환경·여성 등 부문운동단체로 탈바꿈해 사업의 대상과 폭을 넓혀왔다.

충북지역 사회운동은 1985년 충북민주운동협의회(충북민협)가 조직되면서 본격화 된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당시 전두환 퇴진운동을 배경으로 고 문익환 목사가 주도한 민주통일민족운동연합의 충북지역조직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충북민협은 87년 6월 민주화운동이 시작되자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를 따로 결성해 주도했고 1989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의 지역 조직인 충북민족민주운동연합으로 맥을 이었다.

이 때부터 노동과 여성 등 부문운동이 시작됐으며 91년 결성된 민주주의민족통일충북연합은 1997년 김대중 정권이 탄생하기 까지 지역 재야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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