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구 충청북도의회 건설문화위원장께서 충청문화헌장 논의를 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문화의 달/날을 꼭 청주 중심으로 해야 합니까' 아연 긴장할 정도의 강한 어조였다. 그러자, 청주 문화의 달/날 박영수 추진위원장께서 '문화의 달/날은 청주가 주최하는 것이고, 청주를 중심으로 진행되도록 되어 있습니다'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역시 강력한 어조였다. 곧바로 '청주시가 주최한다고 해서, 모든 행사나 진행을 청주 중심으로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의 한 단계 상승한 강력한 어조가 되돌아왔다.

전후를 생략하기로 하되, 이 위원장은 '청주 문화의 달/날'이라고 할지라도, 청주는 충북의 수도이므로 충북 전체가 화합한다는 차원에서 타 시도와 함께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던 것이고, 반론을 하는 입장에서는 충주나 제천도 문화의 달을 신청해서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원칙적 발화(發話)를 한 것이다.

'2008 청주 문화의 달/날'이라는 공식 명칭이 함의하는 것처럼 문화의 달/날 행사는 청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언구 위원장은 강력한 어조로 청주중심주의를 비판했던 것이고, 그것은 충주나 영동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정서와 논리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언구 위원장의 주장이 특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그 발화는 문화의 달/날의 성격과 관계되는 것이어서 예사롭게 들리지가 않았다. 문화의 달/날 행사를 청주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주장은 문화의 달/날이 왜 생겼고 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문화적 화두를 던졌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문화의 달/날은 권위주의의 산물이다.

여러 행사와 개념을 망라하여 1973년에 '문화의 날'로 통합했던 것이므로, 정치가 문화를 지배한 결과가 바로 문화의 달/날이다. 그러다가 2001년 지역문화의 해에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문화의 서울중심주의를 혁파(革罷)하고 모든 지역이 문화의 중심이 되는 문화평등주의와 문화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의 달/날을 지역 순회개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니까 문화의 달/날은 문화영토의 재편이고 문화 패러다임의 변화인 셈이다. 청주는 2006년 행사공모에서 제주와 경합하여 낙방한 이후 절치부심하여 2008년 행사를 유치한 과정과 경험이 있다. 그것은 청주 문화예술 단체의 치밀한 준비를 간파한 다른 지역에서 청주와 겨뤄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였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청주문화의 쾌거라고 할 만한 일이다.

이처럼 모든 지역은 문화의 중심이고, 모든 사람 또한 우주의 중심이라는 문화적 민주주의와 인간 평등주의 사상이 곧 문화의 달/날의 기본정신인 셈이다. 그 정신에 따라서 문화의 달/날은 2003년 대구, 2004년 광주, 2005년 전주, 2006년 제주 그리고 2007년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언구 위원장의 특별한 주장은 더 큰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가 되어야 한다. 문화에는 패권, 중심, 배타, 독점, 우열이 없고 모두가 평등하다. 문화에서 우열을 가리자거나 문화에 발전이나 성장의 개념을 대입해서도 안된다. 모든 문화는 다양해야 하고 평등해야 한다.

이번에 선포될 충북문화헌장도 그런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8일 토요일,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환하게 웃을 배용준 또한 문화다양성의 정신을 살렸기 때문에 훈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청주 문화의 달/날은, 충북 문화의 달/날이 되어야 하고 나아가 전국 문화의 달/날이 되어야 하며 일본인도 즐거워하는 그런 문화의 달/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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