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인줄만 알았던 얘기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그려!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들이 모여서 해낸 궁리가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무력화시키는 방안이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지금의 주민소환제도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이어서 실제 주민소환에 이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아예 대못을 쳐서 송장으로 만들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역주민의 70% 내외의 지지를 받고 있는 충북도내 자치단체장들이야 주민소환제가 있으나마나 별 문제될게 없으니 관심조차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걸핏하면 구속되거나, 그럴 위기에 처한 단체장이거나, 주민과 갈등을 빚는 독단적 단체장이거나, 주권재민을 부정하는 단체장이거나, 하여튼 이러이러하게 입줄에 오르내리는 문제많은 지역의 단체장들의 발상일 것이 틀림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하필 우리 청주시장께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이시니 자칫 대표로 욕을 먹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현행 주민소환제는 단체장을 소환하고자 할 경우 광역단체장은 주민의 10%, 기초단체장은 15%, 지방의원은 20% 이상 서명을 받아야 발의가 되고, 다시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가결이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재·보선의 경우 대개 20% 정도 밖에 안되거든요. 투표율이 최소한 33.3%는 돼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장벽입니다.

실제 주민소환이 추진됐던 하남시의 경우 30%의 서명을 받았는데도 정작 투표에서는 이 투표율을 충족시키지 못해 무산되었습니다. 관변단체와 공무원들이 아예 투표에 불참해 투표를 무산시키려 했다지요. 주민소환과는 좀 다른 경우지만 지난 2005년 청주·청원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 당시에도 투표율을 채우느라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주민투표법을 개정하기로 말한다면 오히려 이런 점, 현실과 동떨어지게 높은 투표율을 요구하는 법률조항을 고쳐서 현실에 걸맞은 최소한의 투표율로 낮추는 것이 바른 길이 아니겠습니까.

상황이 이러한데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주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 사유를 정하지 않은 채 주민 15%의 서명만으로 주민소환 투표를 발의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행 주민소환법은 문제가 있다. 주민소환 청구의 구체적 요건이 명시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주민소환법 개정건의를 의결하고 이어 국회에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단체장의 독단과 독선, 불법과 비리, 부정과 부도덕함에 대해 주민들이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주민소환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 달리 말하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전횡을 일삼겠다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닙니까. 지금도 소통령이니 황제니 하면서 강(强) 시장-약(弱) 의회 체제에서 단체장의 절대 권력에 가까운 무한질주를 견제하지 못해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판에 이제는 아예 절대군주의 자리에 오르려는 오만의 극치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더욱이 소환이 부결될 경우 그 비용을 주민에게 부과하겠다니 몰염치가 지나치지 않습니까.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님들, 치사한 발상에 앞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투명성과 지역의 자립기반 마련을 위한 본연의 일에 지혜를 모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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