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환변동보험 가입中企 28개사

환율 폭탄으로 충북지역 간판기업들의 숨이 가빠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충북의 경우 기술력을 갖춘 중견제조기업 육성을 위해 지자체와 중소기업지원기관들이 길게는 20년, 짧게는 10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으나 최근 패닉현상을 보이는 환율 사태로 공든탑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됐다.

환율로 인해 피해가 드러나고 있는 지역 주요기업들은 대부분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과 시중은행의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파국으로 내몰리고 있다.

◇ 키코 피해로 기업 도산 우려감 팽배

충북중기청과 중진공 충북본부, 중기중앙회 충북본부는 최근 키코 피해 기업조사에 나서 충북지역 8개사 가량이 이에 가입,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코스닥 등록사의 경우 이미 공시를 통해 피해액을 밝히고 있으나, 현재 환율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손실액은 더욱 불어나 기업의 장래가 불투명할 정도로 최악의 상태다.

실제로 상반기에만 60억원, 연말까지 적어도 100억원 이상 키코 가입으로 손실이 예상되는 A기업의 경우 연말 결제가 걱정이다.

영업이익이 잘해야 5%인 상황에서 매출이 2000억원은 돼야 장부상 "0(제로)'를 만들 수 있으나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올리기도 버거워 나머지 50억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렇다고 유보금도 바닥이고 대주주 자금도 고갈돼 한걱정이다.

결국 사재를 모두 털어 넣고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성공한 후 코스닥등록까지 이룬 15년 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판이다.

더욱이 이들 충북지역 피해기업들 중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 중견기업 반열에 들어가면서 코스닥이나 코스피에 상장된 지역 간판기업들이 상당수에 달해 더욱 안타깝다.

◇ 환변동보험 피해 극심

지난해 9월 한국수출보험공사의 1년만기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전자부품업체인 청원의 김모 대표는 환율급등으로 공사에 내놔야 하는 "환수금' 명목의 환차익분으로 의욕상실증에 빠졌다.

이유는 불과 두 달 전만해도 환보험 피해액이 6억원에 달했는데 지금은 피해규모가 15억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수출보험공사 청주지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말까지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지역 기업은 20개사로 가입금액은 2033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보험금으로 지급한 것은 5억원인 데 반해 환수금은 125억원이다.

이는 보험 가입기업들이 환율 급등으로 125억원을 공사에 넣어야 한다는 뜻으로 결국 그만큼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9월들어 환율이 치솟아 공사에 내야할 금액은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

충북중기청 수출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환변동보험의 경우 그나마 가입할 수 있던 기업들이 수출중심의 우량중소기업'이라며 '이들 기업이 환율사태로 도산된다면 충북 제조업이 허리가 잘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키코 피해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책도 현실성이 없고 은행들도 책임을 지지 않는 아주 이상한 상황이 되고 있다'며 '아무리 우량기업이라도 이런 사태에서는 견디기가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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