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원 HCN충북방송 보도팀장

세상엔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기자사회 만큼 술에 대해 관대한 직업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라디오방송의 국회 출입 기자로 근무할 당시 점심 식사만 되면 반주를 곁들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저의 경우 술을 조금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졌지만 어느 선배도 낮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고 질책하는 상황은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 가장 많이 먹었던 반주용 술은 백세주와 산사춘 등 도수가 비교적 낮은 술이었습니다.
통신사의 기자로 도청을 출입할 당시에도 기관장 또는 고위 간부들이 주관하는 점심 식사는 도수가 낮은 술이 반주로 나오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환영회 또는 송별회 오찬의 경우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소맥주’가 가끔 등장합니다.
소맥주는 맥주 한 컵에 소주 한 잔을 섞는 것으로 요즘엔 소주를 반잔씩 섞는 술자리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술은 기자들의 사적인 술자리는 물론 출입처 취재원들과의 식사 자리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술입니다.
일반적인 폭탄주처럼 양주를 섞지 않고 소주를 넣기 때문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빨리 취하기 때문에 폭탄주의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한 명이 소맥주 두 잔을 연거푸 마시는 ‘쌍끌이’의 경우 취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박종환 전 충북지방경찰청장의 만찬 자리에서 두 번 경험했던 ‘쌍끌이 소맥주’는 그 경직됐던 분위기 때문에 술이 더욱 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엔 소맥주 세 잔을 연거푸 마시는 ‘딩동댕’이 등장해 주량이 약한 기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술을 마시는 방법은 진화하고 있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기자들의 입장에선 양주 대신 소주를 섞는 ‘소맥주’의 인기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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