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균(행정 7급)사직1동주민센터

안중근 의사하면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는 유명한 유묵(遺墨)을 누구나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는“약육강식 풍진시대(弱肉强食 風塵時代)”라는 글귀가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낙관 대신 단지하여 마디가 없는 손바닥으로 날인한 유묵 사진을 처음 본 것이 초등학생 때였지만, 강대국에게 잡아먹힌 약소국의 국민으로서 죽음을 앞둔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 어땠을까하고 오랫동안 상상하고 고민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사회경험을 쌓으면서 “약육강식”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졌다.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약(弱)보다는 강(强)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세대로서 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어른 세대에게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약소국의 아픔을 자식 세대에게는 절대로 물려주지 않겠다는 어른 세대의 다짐이 오늘 날의 강(强)을 만들었을 것이다.
과연 나는 내 자식에게 지금 보다 더 큰 강(强)을 물려 줄 수 있을까? 다음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세대가 될 수 있을까?

이기는 것, 성공하는 것이 강이라면, 지는 것, 실패하는 것은 약이다. 부자가 강자라면, 가난한 사람은 약자이다. 직장에서 승진한 사람이 강자라면 승진하지 못한 사람은 약자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자신의 위치가 강자일수도 있고, 약자일수도 있다.

약자가 강자가 되기 어려운 것처럼 강자가 강을 계속 유지하기도 쉬운 것이 아니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1995년 당시 글로벌 100대 기업 중 2005년까지 생존한 기업이 45개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45%만이 강자의 위치를 계속 유지했고, 55%의 기업은 약자에서 강자로 성장한 것이다.

세계 기업의 현실만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도 약자에서 강자로 강자에서 약자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럼 강자는 어떻게 강을 유지할 수 있고, 약자는 어떻게 강을 얻을 수 있을까?

강자가 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강자끼리 뭉쳐서 강자만을 위하고, 약자는 강을 얻기 위해서 약자끼리 뭉쳐서 강자를 적대시하고 대항하려고만 한다면 우리사회는 안중근 의사가 말한 약육강식의 풍진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존재하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오히려 강자가 먹이부족으로 멸종하기도 한다. 수백만 명의 인류가 희생당한 세계대전도 약육강식의 풍진시대에 일어났다.

강자가 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자가 강자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약자가 강을 얻기 위해서는 강자를 존중하고 배워야 한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부자 빌게이츠가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한다. 빌게이츠는 강을 유지하는 자연의 법칙을 실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장개석이 공산당에 비해서 몇 배나 많은 병력, 재정기반, 미국의 막대한 군사지원이 있었음에도 강자만을 위했기 때문에 약자를 기반으로 한 모택동에게 패하고 말았다.

강자와 약자의 상생은 윤리적인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법칙이다. 약육강식의 풍진시대가 아닌 강약상생의 평화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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