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즈믄일곱온 서른 여덟.

오늘은 내 걸어온 길 가운데
몸의 역사를 하나 하나 짚어봅니다.

스물 대여섯 살까지 몸이 자랐고,
그러는 동안 할퀴기도 하고 베이기도 했으며,
찢어지기도 하고 깨진 곳도 적지 않았는데
그러는 사이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습니다.

서른 무렵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는데
와이셔츠를 살 때마다 치수를 높이던 일,
그렇게 여남은 해가 지났을 때는
몸이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굴러다닐 정도였습니다.

마흔 무렵에 명상을 공부하면서 살이 빠져 오늘의 내 몸을 얻었으나
지나치게 마셔댄 술 탓에
쉰 못 미쳐 코가 빨개지기 시작했고
지난 해 이맘때는 얼굴까지 빨갛고 몸 속은 엉망이었습니다.

작년 늦가을 몸으로부터 술을 좀 쉬어 달라는 말을 들었고
그 때 작심하고 한 해 가까이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오는 동안
얼굴이라든가 몸이 많이 제자리를 찾게 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그 동안의 역사를 되짚으며
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그렇게 뉘우치면서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몸을 보살피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몸은 흔쾌히 오늘 새벽 내 사과를 진지하게 받았습니다.

좋은 일이나 바람직한 일,
또는 꼭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잘 쓸 수 있도록,
그리고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참으로 기뻐할 수 있도록
그저 아끼기만 하는 것이 아닌 보살핌으로
남은 삶을 살아야지 하며 몸을 일으킨 아침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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