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아 충북참여연대 회원사업부장

#. 청주에는 무심천을 따라 20km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무심천과 이를 벗 삼아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일은 올 초 환경단체와의 자전거 도로 연장설치로 인한 자연훼손 위험성 문제 등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오고가기도 했지만, 도심 안에서 마땅한 운동거리를 찾지 못하는 시민들에게는 꽤나 상쾌하고 즐거운 일임에 분명하다.

#. 봉명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4세)는 최근 다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봉명동에서 운천동까지의 애매한(?) 출근길에 아침마다 들어가는 만만치 않은 교통비가 가장 큰 원인이기는 했지만, 곳곳에서 외치는 ‘자전거 타기 좋은 청주’ 라는 캐츠프레이즈에 현혹되기도 하고 도지사도 또 멀리 대통령도 자전거로 출근을 한다고 하니 ‘나라고 못할 쏘냐’ 하며 먼지 싸인 자전거를 꺼냈다. 그러나 어렵게 시작한 자전거출퇴근은 일주일 만에 그만두었다.

무심천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여유롭게 자전거타기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청주’ 라는 구호가 언제부터인가 청주를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새소리, 풀벌레소리가 함께하는 낭만적인 무심천 자전거 도로에 비해 현실의 도로세계는 그다지 녹녹치 않다.

청주시의 자전거나 보행관련 정책 자체가 시민들의 편리한 자전거타기 환경을 위한 청주시의 근본적인 의지에서 기인했다기보다는 단순히 정책의 성과를 외부에 보여주기위한 듯 실제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편과 위험은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주시내 많은 곳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설치돼 있지만 도로 폭이 좁아 보행자와 교행에 위험이 따르고 도로 위에 가로수와 벤치, 버스정류장등의 시설물이 설치돼 길을 막고 있는가 하면 불법주차 차량과 각종 적치물로 사실상 자전거가 다니기에 불가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에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각종 위험물이 산재한 자전거 도로대신 차도를 선택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자전거가 오히려 시민들을 위험한 차도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면서 갈수록 자전거를 타는 인구 또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시민들의 안전을 개인의 조심성이나 운의 문제로 맡길 수는 없다.

먼저, 시민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수 있도록 청주시내 자전거 도로에 대한 실태와 점검이 필요하다. 도로상의 각종 시설을 설치할 때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체계적인 도시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시민들의 인식전환도 시급하다. 상가 앞 불법 간판, 상품진열 또는 무심코 방치한 차량으로 인해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무심천의 자전거 도로가 아름답고 편리하게 정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자전거도로까지 가기 위한 길이 위험하다거나 편리하지 않다면, 아무리 전국최고의 쾌적한 자전거 도로라 할지라도 시민들에게는 다가가지 못하는 세금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