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장

대체 우리는 멜라민을 언제부터 얼마만큼이나 먹은 것일까? 우리아이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멜라민이 들어간 과자를 사먹은 적이 있었을까? 없었을까? 혹시 내 손으로 직접 멜라민이 들어간 과자를 사서 아이 손에 쥐어 준 적은 없을까? 만일 그랬다면 나는 아동학대를 한 걸까?

보건복지가족부와 여성부에서 친절하게도 메일을 보내왔다. 열어보니 ‘멜라민은 사실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멜라민 함유 의심 제품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그 제품에 대해 판매중지 조치를 했으니 안심하란다. 참 앞뒤도 안맞는 얘기가 한 장의 메일안에 써 있다.

여성부는 제목조차 “멜라‘닌’ 사실은 이렇습니다” 로 달았다.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물질의 용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채 국민들에게 안심을 하란다. 얼마전 광우병위험 쇠고기수입을 두고 벌였던 행태와 어찌 그리 비슷한지 이젠 화보다 헛웃음이 난다. 멜라민이 든 중국산 과자가 다시 정국을 뒤흔들 것을 염려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 같은데 누구라도 메일을 보면 의혹만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언제까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몹쓸 음식들을 비호하는데 행정력을 낭비할 것인가.

어청수 경찰청장이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유모차부대’ 카페를 상대로 아동학대 혐의를 두어 수사를 벌이겠다고 했단다. 촛불시위 과정에서 가장 신경쓰이고 위협적이었던 세력이 유모차부대였으니 앙갚음을 하고 싶었나 보다.

이런 식이라면 자기 아이에게 무심코 멜라민이 든 과자를 사 주었던 엄마들을 모두 아동학대로 수사해야 한다. 아이를 안전하지 못한 현장에 데리고 간 것 보다 직접 유해한 물질을 먹인것이 더 큰 학대행위에 해당한다. 사실 아동학대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밖으로 나온 엄마들이 한 게 아니다. 그 현장을 폭력적 상황으로 몰고 간 경찰이 한 것이다. 그런데 되려 경찰이 나서서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엄마들을 수사한다고 하니 멜라민의 안전성을 해명하는 메일 내용만큼이나 아이러니 하다.

이제 정부가 멜라민이 든 식품을 유통시킨 기업이나 이를 관리 단속하지 못한 행정당국의 잘못에 대해 누구에게 그 탓을 돌릴지 궁금하다. 다시 엄마들이 거리에 나서서 식품안전 보장을 주장한다면 국민들의 불안감이 그들의 탓이 되려나? 생협운동에 열심이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널리 보급하는데 노력하는 농민들과 친환경 기업들이 퍼뜨린 괴담이라고 하려나?

우리사회는 아이가 아프거나 잘못되면 모든 책임을 엄마탓으로 돌리고 아예 죄인 취급을 한다. 온갖 유해한 것들은 다 유통시키면서 엄마들에게 각자 제 아이만 부둥켜안고 그 지뢰밭을 잘 피해가는 영웅이 되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유해한 환경을 바꾸려고 모인 엄마들은 죄인취급을 당하고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다.

멜라민 함유 식품 유통 사건은 아이들의 식품안전 문제가 개개인 엄마들의 조심성과 신중한 선택의 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쇠고기 정국에 대해 ‘이제 정치가 식탁위에 올라왔다’라고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멜라민 과자 파동을 보면서 나는 ‘이제 정말 정치가 애 키우는 엄마들에게 주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모차 부대 엄마들처럼 정신차리고 정치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안전할 권리를 지킬 수 없을 테니까.

그나저나 요즘 정국 같아선 나처럼 멜라민에 대한 걱정타령을 글로 쓰는 사람도 경찰의 수사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이 글을 쓰면서 멜라민 든 과자를 걱정해야 하는 건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 처지를 걱정해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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