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대표이사

최근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한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100여년 전 갑오경장 때 만든 것으로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구역 개편’이란 용어에 가장 민간한 지역이 바로 청주·청원이다. 이미 95년, 2005년 주민 찬반투표를 실시했지만 청원군의 찬성표가 50%를 넘지못해 2차례나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06년 남상우 청주시장은 ‘2010년 통합 청주시 개청’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통합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김재욱 청원군수는 ‘독자적인 청원시 승격’을 선언하고 지난 3월 시승격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통합반대라는 단순 방어논리에서 벗어나 시승격이라는 역공을 펼치며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로 청원군은 시승격 지자체 견학을 명목으로 관내 직능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관광성 여행을 보내주고 있다. 본보 취재결과 청원군 이장단 60여명은 이미 1박2일의 경상도 여행을 다녀왔고 지난달 30일에는 직능단체 관계자들이 김재욱 군수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 2대를 타고 강원도로 떠났다. 이같은 관광성 지자체 견학은 5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남상우 청주시장은 지난 98년 3개 시·군통합에 성공한 전남 여수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시직원들을 대거 보내기로 했다. 통합 행정의 실무적 경험을 전수받고 통합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방안 등을 연구해보자는 취지다. 청원군이 통합저지 ‘민간 선봉대’ 구성에 역점을 둔 반면 청주시는 ‘공무원 실무교육’에 무게를 둔 것이다. 시군통합을 바라보는 두 자치단체장의 시각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원군이 ‘마이 웨이(My way)’로 택한 2009년 시승격은 현실적인 제약요인이 있다. 우선 9월말 현재 14만 6천명의 주민등록인구가 연말까지 시승격 기준인 15만명을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다. 설사 15만명에 턱걸이 하더라도 행안부 규칙에 따르면 1년간 인구추이를 관찰하는 유예기간을 거친뒤 시승격 승인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같은 시승격 관련 정보들이 청원군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의문이다.

한편 청주·청원통합 재추진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현 MB정부가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 방향에 따라 알아서 처리할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말이 좋아 ‘삼세번’이지 반복된 논쟁과 찬반투표에 짜증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16개 광역 시·도와 230개 기초자치단체의 2중 구조로 이뤄진 지방행정 체제를 광역시 40∼70개로 전면 개편하는 작업은 실로 방대한 작업이다. 정치권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통해 법개정을 하고 공무원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려면 다음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010년 상반기까지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청주시장, 청원군수가 당선된다면 또다시 임기말까지 4년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과거 정권에서도 몇차례 행정단계 축소를 전제로한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이 논의됐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청와대와 국회가 총론에는 합의할 수 있지만 각론에서 견해차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2010년 3월을 최종 시한으로 정한 청주·청원 통합 추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역현안이다.

2009년은 청주시가 시승격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계란 노른자형으로 청원군에 포위된 청주시는 도시팽창과 함께 각종 비능률과 주민불편을 발생시켰다. 비록 2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청주·청원이 한뿌리이며 공동운명체란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3번째 도전이 당연하고, 절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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