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충청리뷰는 말 그대로 전국 각처에서 쇄도하는 문의 전화로 몸살을 앓을 지경입니다.

취재기자가 몇 명되지 않는, 그래서 겨우겨우 일주일에 한번씩 신문내기도 벅찬 미니 언론사에 요즘처럼 전화가 빗발친 적도 없었던 듯 합니다.
충청리뷰에 걸려오는 전화의 대종은 동종업계인 언론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물어보는 내용이라는 것이 한결같이 "누가 제보를 했습니까" "제보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아니면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누가 문제의 비디오 영상물을 촬영해 방송사에 건네 준 것으로 생각합니까"하는 판에 박힌 것들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소위 충청리뷰가 특종보도를 했다고 하는 양길승 청와대 제1 부속실장의 청주행과 청주에서 이뤄진 잇딴 술자리 및 호텔에서 1박하고 상경한 사실을 보도한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양 실장과 관련한 충청리뷰-그리고 충청리뷰의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 충북'-의 보도는 충청리뷰의 의지나 생각, 힘이 미치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선에서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충청리뷰가 7월 초 문제의 기사를 보도했을 당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우리사회가 소위 메이저 신문이라고 하는 한국일보의 7월31일자 1면 머릿기
사 보도에 이어 같은 날 저녁 8시 SBS 뉴스의 후속보도로 발칵 뒤집힌 듯 야단법석에 빠져 있습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의 소란은 청주에서 이뤄진 양실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은 비디오 영상물이 특정 방송사의 간판뉴스 시간대에 방송되면서 촉발됐다고 해야 옳겠지요.

이 뉴스를 지켜본 저희 충청리뷰 역시 경악했으니까요. '아니 저런 비디오가 있었어?' '누가 저런 영상물을 몰래 찍어 방송사에 보냈을까...'   이런 점에서는 저희 충청리뷰 기자들 역시 일반인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호기심반 의구심반의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일반인의 이런 의구심은 문제가 아니게 됐습니다. 당장 음모론이 온통 이 사회를 휘감는 사태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충청리뷰는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가치혼란을 겪고 있다고 고백해야 겠습니다.

새삼스럽게 말씀드리기가 그렇습니다만 언론은 정보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그러나 언론이 취급하는 정보는 처음부터 사실이 확인된 '정보'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것들이야 논외로 치고, 민감한 내용들의 경우 대부분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제보들입니다. 그리고 첩보들 중에는 정확한 내용도 있지만, 특정한 세력이 특정인이나
조직을 음해하기 위한 역정보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언론, 언론인들은 늘상 민감한 내용의 첩보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실확인 작업에 나서 구체적인 팩트(fact)가 드러나야 비로소 기사작성-보도에 나서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양길승 실장 관련기사는 최소한 충청리뷰의 취재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확인된 팩트를 중심으로 작성됐던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충청리뷰 기사가 보도당시에는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다가 흔히 말하는 큰 언론사의 보도로 떠들썩하게 반응하는 우리 사회의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 역시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더구나 이 사건의 핵심을 관통하는,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집중해야 할 부분은 양 실장의 청주행과 청주에서의 처신이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 방송사가 방영한 문제의 비디오 영상물에 대해서만 우리 사회의 관심이 이탈돼 집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양 실장이 보인 처신의 부적절성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누가 양
실장의 행동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방송사에 제보했는가 하는 부분에만 온통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충청리뷰가 누구로부터 어떤 경위로 양실장과 관련한 제보를 받았느냐"는 질문만이 충청리뷰의 전화 벨을 독점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물론 충청리뷰 역시 앞서 말씀드렸듯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누구보다 먼저, 소상히 알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음모론에 대해서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전적 정의를 따오지 않더라도 '음모'라는 말에는 음습함이 묻어 있습니다. 음모란 누군가 정정당당하지 않은 목적을 갖고 남 몰래 정당하지 않은 일을 꾸미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정의를 기초로 이번에 불거지고 있는 음모론을 나름대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쉽게, 그리고 결론적으로 말해 충청리뷰 역시 음모론이 터무니없는 주장만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 다시 말해 양길승 실장의 안티세력이나 양 실장과 청주에서 회동했던 인사들의 반대세력, 또는 제3의 인물또는 세력이 현 정부에 흠집을 내려 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은 현 시점에서 나름대로 현실성(굳이 영어로 표현한다면 'feasibility')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hard fact)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최종적 원인제공자는 양길승 청와대 제1 부속실장이라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공직자 윤리 규정을 엄격하게 세우는 등 도덕성의 기치를 높이 세우기 위해 힘쓰던 시점에 양 실장이 문제의 부적절한 처신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소모적 논란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곁가지 문제인 소위 음모론에 휘청거리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 정부가 자체 정화능력이랄까, '자기
건강유지의 시스템'을 갖고 있었더라면 이번 사태가 이 지경으로까지 확산했을까 하는 안타까움 섞인 의문도 갖게 됩니다. 약 한달 전 이뤄진 충청리뷰의 양 실장 관련 기사보도이후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면 모 일간지와 방송사의 잇딴 보도는 아마 '불발'이 됐을지도 모를 일 아니겠습니까. 

결과적으로 신속하고도 적절한 대응에 실패한 정권이 음모꾼(?)들에게 발호할 토양을 마련해 준 셈이 된 것은 아닐까요?. 예나 이제나 음모꾼들은 워낙 노회하고 치밀해 허튼 수작이나 거짓 정보로 승부수를 띄우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랬든 저랬든 간에 온갖 음모론과 서로 충돌하는 주장 및 가치들이 서로 뒤섞여 있는 듯한 이 혼돈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불변의 사실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적 진실이라고 해야 할까요. 중언부언이 되겠지만 이번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이 원인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저기에 불 났다"고 불난 곳을 가리키고 있는 사람의 손가락 끝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확인이 됐으면 우선 불을 끄고 화재의 원인은 무엇인지 규명한 다음 책임자를 찾아 문책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는 것이 순리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충청리뷰는 "누가 양 실장과 관련해 무슨 내용의 제보를 했느냐?"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에서 당장 해방되고 싶습니다. 이런 질문은 정말이지 언론의 특성을 스스로 망각한 적절치 못한, 나아가서는 물어보아서는 안될 실례- 나아가 금기사항의 질문인 까닭입니다. 그리고 백보를 양보해 이런 질문이 용납된다고 해도 이런 류의 질문은 보도 시점상 충
청리뷰가 특종을 했다고 하지만, 충청리뷰의 당초 보도내용보다 진일보한 기사를 다룬 다른 언론사들에게 돌려져야 하는게 사리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진실보도' 다음으로 '취재원 보호'를 직업윤리의 신성한 가치로 삼아야 할 기자들과 언론사가 선뜻 이런 질문에 답해줄 리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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