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즈믄일곱온 서른 다섯.

지난 봄부터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우리 집에 와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학교에서 참고서를 잃어버렸다고 했는데
엊저녁 참고서를 다시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가 잃어버린 참고서 때문에 많이 속상하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내가 말했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것이 있는데
그건 누구도 삐앗아 가거나 훔쳐갈 수 없는 거라고,
그런데 사람들이 빼앗기거나 도둑질 당하는 것은 아까워하면서도
그 참으로 소중한 것은
오직 자신의 부주의나 실수로 인해서만 잃을 수 있는 건데
그걸 놓치거나 잃어버리는 건 그다지 안타까워하지 않고,
그건 너 또한 그동안 내가 지켜보니 마찬가지더라고
그러니 이제부터 참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거나 잃지 않도록 하라고
찬찬히 일러주었습니다.

'네' 하고 대답은 쉽게 하는데
귀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를 모르지 않는 나는
아이가 그 말을 가슴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
그런 날이 과연 오기나 할지를 헤아리며 아득해 한 시간,
어리석어 지독하게 말을 못 알아듣던 아이의 나이 때의 나를 돌아보며
들을 만한 말이라면 언제든 귀를 열어야겠다고
결국 다시 나를 살피게 된 한 때였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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