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수준 생활여건 개선’ 평가… 학부모들 “현실 무시한 탁상행정” 반발

정부가 정주 여건이 열악한 도서벽지 지역의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교사의 근무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실시 중인 특수지 학교 지정 시책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운영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단양군 교육청 관내 초중등교육기관은 초등학교 11개와 5개 분교, 중학교 7개교, 고등학교 3개교 등 모두 21개교가 운영 중에 있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충청북도교육청을 통해 실시한 벽지학교 선정 과정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잣대에 따라 이뤄진 데 대해 탈락한 단양 지역 5개교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어상천초등학교 전경.
이 중 정부로부터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벽지학교는 영춘초등학교 의풍분교, 단상중학교, 단산고등학교 등 전체의 61%인 13개 학교에 달한다.

벽지학교로 지정되면 초등학생의 경우 연간 33만여 원 상당의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40만 원의 급식비를 경감받을 수 있다. 또한 수업료도 면 지역의 경우 1분기 당 20만 1600원씩 연간 80만 6400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벽지학교로 지정되면 분기 당 16만 500원씩 연간 64만 2000원만 납부하면 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분기 당 4만 1100원, 연간 16만 4400원 경감된다.

또한 교사의 경우 학교별로 ‘가’ 등급부터 ‘라’ 등급 등 5단계로 분류돼 최고 3점까지 가점 점수를 부여받는 등 승진을 위한 내신 조건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특히 평교사들이 교감과 교장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벽지학교를 근무해야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유능하고 의욕적인 교사들의 수급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지 학교를 지정하기 위한 정부의 평가 기준이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기계적으로 마련돼 당연히 벽지학교로 지정돼야 할 단양의 오지 학교 중 상당수가 일반학교로 분류돼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여지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7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충북도교육청을 통해 5년 주기로 실시하는 벽지학교 지정 심사에서 단양군 영춘면 소재 영춘초등학교와 영춘중학교 등 2개교를 탈락시켰다. 또한 어상천면의 어상천초교와 단산중고교 등 5개 학교가 대거 탈락했다.

이에 따라 벽지학교에서 탈락한 이들 초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진정을 하는 등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영춘지역 탈락학교의 학부모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번에 벽지학교 지정을 위해 영춘초등학교와 영춘중학교를 심사하면서 지난 2003년 태풍 우사로 쓸려나간 도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주도로의 통행이 어려워진 점을 근거로 해괴한 잣대를 들이대 이들 학교가 기존의 벽지학 교에서 탈락하게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통행이 어려워진 기존 주 도로 대신 보발리와 백자리를 지나는 간선 도로를 기준으로 단양군청과의 접근성을 산출하다 보니 단양군청까지의 거리가 기존 32㎞와 32.5㎞에서 21.8㎞와 21.7㎞로 줄어들 게 된 것. 수해로 기간도로가 황폐화돼 주민 불편이 가중됐음에도 간선도로를 기준으로 단양군 소재지와의 접근성을 평가함으로써 되레 1점을 감점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또한 올해 영춘면 지역에 의원이 문을 열면서 2점의 추가 감점요인이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 2003년에는 1㎞ 이상 거리가 떨어진 지역에 슈퍼마켓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1점을 배정받았으나 올해는 학교에서 각각 300m와 500m이내에 슈퍼마켓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 이마저 삭감하는 등 모든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다.

결국 지난 2003년 15점의 배점으로 ‘라’급 벽지학교로 지정받았던 영춘초등학교와 영춘중학교는 올해 각각 11점을 얻는 데 그쳐 벽지학교에서 탈락하게 됐다.

어상천초등학교와 단산중고등학교는 도로교통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도로선형 개량으로 군청까지의 거리와 병의원까지의 거리가 19.6㎞와 19.2㎞ 등으로 조사됨으로써 배점 기준인 20㎞에 미달, 가산점을 확보하지 못했다. 대중교통 운행 횟수도 기존에는 왕복운행을 기준으로 평가했지만 이번부터는 기준이 편도로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버스가 2배나 더 운행한 꼴이 됐다. 이 때문에 감경된 점수도 1점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3년의 경우 목욕탕까지의 거리로 배점을 산정해 5점의 가산점을 받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어상천면에 이미용실까지 평가 항목에 포함돼 5점이 감점됐다. 결국 이들 학교는 총 배점이 기존 15점에서 11점으로 줄어들어 탈락했다.

그러나 특수지 학교 지정은 단순히 이미용실의 존치 여부, 군청소재지와의 도로 거리, 병의원 접근성 등 획일화된 평가 기준보다는 학부모의 경제력, 학생들의 이탈 실태를 비롯한 지역적인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지역 주민 이모 씨는 “교육부의 평가 기준대로라면 벽지 사람들은 병의원은 물론 이미용실조차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물론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심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슈퍼마켓이나 이미용실 같은 기본적인 생활시설마저 벽지학교 심사의 중요 기준에 포함한 것은 지나치다”며 이번 심사에서 탈락한 5개 벽지학교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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